신임 주한미국대사에 미셸 스틸 박 전 연방 하원의원이 지명되면서 그가 보여온 대중·대북 강경 색채가 이재명 정부의 외교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틸 지명자는 1970년대 중반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정치에 입문한 뒤 2020년과 202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두 차례 당선됐다. 공화당 주류 세력과 밀접하고 트럼프 대통령과도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선거에서 "그의 가족은 공산주의에서 탈출한 애국자들"이라며 공개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는 강한 반중·반북 색채를 가지고 있다. 스틸 지명자는 하원의원 시절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중국 기업을 견제하고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등 대중 견제 입법 활동에 앞장섰다.
특히 스틸 지명자는 지난해 5월 재미 동포의 정치 유튜브에 출연해 '대사로 임명된다면 가장 먼저 추진하고 싶은 한미 간 협력 과제'에 대해 "중국이 대만을 2027년까지 '친다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인도태평양 문제를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이 주도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만 유사시 대중국 방어를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을 강조한 발언이다. 스틸 지명자가 언급한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수년 전부터 불거져왔지만 지난달 미국 정보당국은 "중국 지도부가 현재로서는 2027년 대만 침공을 실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 2020년에는 현지 언론에 "김정은을 상대하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압박을 가하기는커녕 북한에 굴복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를 강하게 지지하기도 했다. 지난 2023년 윤 전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 다른 한국계 의원들과 함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 의회 연설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의 제3자 변제안에는 '용기 있는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스틸 지명자의 중국과 북한을 향한 강경 기조가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와 충돌할 가능성에 우려의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북미대화 매개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는 정부의 구상과 스틸 지명자의 과거 발언은 확연히 결이 다르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자체가 보수 정부"라며 "한미동맹 관계를 꾸려가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스틸 지명자가) 대사로 임명되기 전 활동과는 무관하게 주한대사로서 한미관계를 최우선에 두고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스틸 전 의원을 주한미국대사로 지명하고 연방 상원에 인준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 이임 이후 1년 3개월 동안 이어진 주한미국대사 공석 상태는 조만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