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부진한 경기력과 안일한 경기 운영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기는 모양새다.
한화는 지난 10일 KIA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16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안방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른 홈 6경기를 모두 내줬다. 최근 6연패와 함께 홈 경기 9연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한화는 시즌 성적 6승 10패로 공동 7위까지 내려앉았다.
연패 기간 한화 마운드는 그야말로 붕괴했다. 지난 14일 삼성전에서는 투수 9명이 등판해 무려 18개의 사사구를 남발하며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사사구 신기록을 경신했다. 1990년 LG 트윈스가 기록했던 17개를 36년 만에 넘어선 불명예다. 특히 마무리 김서현은 1이닝 동안 사사구 7개를 허용하며 무너졌고, 5-0으로 앞서던 한화는 적시타 하나 없이 밀어내기와 폭투로만 6점을 내주며 5-6 역전패를 당했다.
마운드 난조는 15일에도 이어졌다. 외국인 선수 윌켈 에르난데스가 ⅓이닝 7실점으로 조기 강판한 가운데, 아웃카운트 단 하나를 잡는 동안 상대 선발 라인업 전원을 출루시켰다. 1회 선발 타자 전원 출루는 KBO리그 역대 7번째이자 약 10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급히 투입된 왕옌청이 5이닝 3실점(비자책)으로 고군분투했으나 이번에는 타선과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수비 집중력 결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15일 경기에서는 하주석과 박정현의 실책이 실점으로 직결됐고, 7회초에는 우익수 요나단 페라자가 평범한 뜬공 타구를 놓치며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16일 경기 역시 총 6실점 중 자책점이 단 1점에 불과했을 정도로 실책 3개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망쳤다.
여기에 벤치의 안일한 대응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16일 경기 9회말 1사 후 채은성의 타구가 중계 화면상 '원바운드' 포구로 보였고 타자 본인도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김경문 감독은 끝내 판독을 신청하지 않았다. 5점 차의 격차를 고려하더라도 1사 1루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무기력한 대응은 홈 팬들의 공분을 샀다.
불명예스러운 기록과 집중력 저하 속에 자존심을 구긴 한화는 이제 17일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한다. 불펜 자원인 박준영이 대체 선발로 나서는 상황이라 연패 탈출을 향한 여정은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