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관리 소홀에 '탈출'…돌아온 늑구가 남긴 교훈은

탈출 전 스트레스 추정…헐거운 철조망, 낮은 울타리도 원인
환경단체 "동물원 단순 오락성 넘어 본래 기능 돌아봐야"

포획 뒤 회복중인 늑구. 대전시 제공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9일 만에 포획됐다. 탈출 배경에 스트레스와 관리 부실이 함께 지목되면서 동물원의 역할과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대전 오월드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사육장을 탈출한 늑구는 합사하던 다른 늑대 치료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관종 오월드 원장은 "다른 늑대가 아파서 그 늑대를 병리 칸에 넣어놨었는데 이 과정에서 늑구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며 "다음날 아픈 늑대를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이 사육장에 들어가 겁을 먹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탈출 당시 늑구는 전기철조망 아래 흙을 파고, 두번째 철조망을 이빨로 찢은 뒤 사육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2m 높이의 동물원 울타리 뛰어넘은 뒤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포획 뒤 회복중인 늑구. 대전시 제공

오월드 관리 감독을 맡은 대전도시공사는 재발 방지를 위해 철조망과 울타리 등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은 "울타리는 매표를 하지 않은 시민들을 막기 위한 기능인데, 늑대가 어디로 빠져나갔는지는 규명하지 못했지만, 위로 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전문가 자문을 거쳐 동물 특성을 분석해 2차·3차 예방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늑구는 이날 새벽 0시 44분쯤 대전 중구 안영동 남부순환고속도로 인근에서 포획됐다. 드론으로 포착된 늑구는 허벅지 쪽에 마취총을 맞은 뒤, 4~500m를 도망치다가 도랑 인근에서 쓰러졌다.

맥박과 혈압은 모두 정상이었지만, 위 안에서 길이 2.6cm의 낚시바늘과 생선가시, 나뭇잎 등이 발견됐다. 제거 치료를 받은 늑구는 오월드에서 회복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늑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월드 관람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동물단체 등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원의 책임과 역할을 되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수족관법에 따르면 동물원은 종 복원과 동물 복지 등을 위해 힘써야하지만 영리 목적에 치중한 동물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동물자유연대 노주희 활동가는 "푸바오와 늑구 등 유명세를 탄 동물들을 보기 위한 방문이 이어지지만 정작 동물들이 동물원에서 어떤 복지를 받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포획된 늑구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시 제공

이어 "많은 동물들이 본인의 습성에 걸맞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며 "국민들이 동물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점을 같이 품어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지역 환경단체들도 동물원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논평을 내고 "이번 늑구 탈출 사고는 오월드의 전반적인 관리 및 운영의 문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동물원이란 곳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를 묻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도 "늑구가 바닥을 파고 탈출한 것은 굴을 파는 습성을 가진 종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동물원에 사육되는 다양한 동물들 역시 각자의 생태적 본능을 지닌 존재라는 점에서 현재의 사육 방식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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