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에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거주자의 해외 투자와 고령화에 따른 저축률 상승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됐지만 원·달러 실질환율은 꾸준히 상승했다.
통상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나라 재화에 대한 해외 수요 증가를 의미하고 원화 가치 절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2015년까지 경상수지가 흑자일 경우 실질환율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경상수지가 흑자임에도 환율은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대외자산이 과거와 달리 민간 부문의 해외 자산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 꼽혔다.
과거엔 경상수지로 축적된 대외자산은 대부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등 준비자산의 형태로 축적됐지만, 2010년대 이후엔 준비자산 외 대외자산이 급증했다. 특히 민간 부문의 해외 주식, 채권 투자가 늘면서 자본이 유출돼 원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했다.
저축률 상승도 경상수지 흑자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2011년 이후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저축률이 추세적으로 상승했고, 이를 통해 환율이 오르는 '저축수요 충격'이 나타났다.
저축률 상승은 국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공급 과잉이 되면 기업들은 남은 상품을 청산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다.이 과정에서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 경상수지 흑자폭은 확대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국제금융연구팀의 김지현 과장은 "저축수요 충격은 2011년 이후 실질환율의 완만한 추세적 상승에 기여했다"면서 "반면 상품 충격은 최근 영향력이 크게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외환당국이 추진 중인 외환시장 구조 개선과 MSCI 선진국지수 및 WGBI 지수 편입을 통한 자본유입기반 확충, 투자자 다변화는 외환시장 심도를 강화해 단기적 수급 불균형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완충하고 민감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