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신현송 '코인' 언급…증권사들 '코인 품기' 속도 내나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국내 증권업계가 가상자산(코인)거래소의 지분을 사들이는 등 코인 거래·유통 시장 진출에 뛰어들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코인의 제도권 편입에 앞서 선제적인 플랫폼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간 코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마저 통화 생태계 내 코인의 입지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업계의 추가적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코인 유통 주도권, 누가 갖나…"경쟁은 이미 시작"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새 활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코인의 제도화, 활황에 대비해 가상자산거래소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투자 등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코인 거래‧유통 플랫폼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시작해 장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차원이다.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건 미래에셋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월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국내 4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코빗의 지분 92.06%를 1335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임원 변경 신고서를 제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절차 등 마무리 단계 중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단순히 거래소 자체가 아닌,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한 과정인 셈"이라며 "토큰증권(STO) 발행 등 거래 영역 확장이 예견되는 만큼, 유럽의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를 사들인 미국의 플랫폼 기업 로빈후드의 사례처럼, 거래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무대를 향해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로부터 '디지털자산 리테일 라이선스'를 최종 승인 받았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홍콩 SFC로부터 리테일 대상 디지털자산 사업 인가를 받은 건 처음이다.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이번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오는 6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오픈해 홍콩 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거래 서비스를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홍콩 현지 투자자는 하나의 MTS 안에서 전통자산인 주식·채권과 디지털자산을 함께 거래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가상자산업계 3위 거래소인 '코인원' 지분 참여를 통한 협업에 나선다. 한투 관계자는 "아직은 전체 금융시장에서 코인의 파이가 크진 않지만 향후 시장 확대에 대비해 미리 플랫폼을 선점해 두는 게 유리할 거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특성상 업황의 변동폭이 큰 코인거래소 입장에서도 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하는 것을 넘어서 증권사와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차기 한은 수장의 '스테이블코인 입장 변화'가 미칠 영향은

연합뉴스

아직까지 증권업계 전반이 가상자산업을 향한 '선점 경쟁'으로는 확산하진 않은 상황이다. 최근 코인 시장의 불황도 불황이지만, 제도적 불확실성 탓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 지분투자 등을 금지하는 이른바 '금가분리' 기조를 완화하고 전통 금융사의 코인 사업 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상황 등에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증시로 머니무브가 본격화했고, 미국 등 상황을 보면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먹거리가 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면서도 "미래에셋과 한투는 우선 자기자본 상위 2개 증권사로 모험자본에 투자할 여력이 훨씬 크지만, 다른 증권사는 아직 법제화도 덜 된 상황에서 앞장을 서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과 당국의 움직임은 예고돼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기반 예금토큰이 통화 생태계 내에서 각각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거 스테이블코인 등 코인에 부정적이었던 신 후보자의 '깜짝' 입장 선회였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코인에 관해선 후보자 개인의 견해보단 한은의 기조를 따르겠다는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비은행 핀테크 부문에서 발행될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유통에 집중할 증권사들 입장에선 당장 이 발언만으로 새로운 경영적 판단을 내리진 않겠지만, 어찌 됐든 입법 활로 신호로 받아들일 만하다"고 설명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