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상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환율 충격에 대한 수입 구조의 반응이 산업별로 상이해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고환율기 수입 구조의 산업별 비대칭성과 정책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고환율 국면은 '고환율-고유가' 복합 구조라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며,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비용이 동시에 상승해 기업의 비용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입 비용을 높이는 경로와 수출 가격 경쟁력을 개선하는 경로, 두 방향으로 동시에 작용한다. 다만 한국은 수입 중간재 의존도가 높아 수입 비용 상승이 수출 원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로 인해 수출 단가 경쟁력 제고 효과는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보고서는 환율 충격에 대한 산업별 반응을 수입물량 탄력성을 기준으로 '수입조정형'과 '수입유지형'으로 구분했다.
가전, 자동차부품, 자동차 등 수입조정형 산업은 환율 변동에 맞춰 수입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특징을 보인다. 높은 탄력성은 수입 품목의 대체 가능성, 조달처 다변화 여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가전·자동차의 경우 탄력성의 상당 부분이 최종재 수입 감소를 반영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국내 생산품의 상대적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지는 수입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편, 반도체, 원유 관련, 이차전지 등 수입유지형 산업은 환율 상승기에도 수입 규모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확대되는 비탄력적 구조를 보인다. 특히, 반도체 소재·장비는 글로벌 쌍방독점적 거래 구조로 대체 가능성이 극히 낮아 환율 충격이 조달 비용 상승으로 고스란히 전이된다.
수입조정형 산업에서 나타나는 수입 물량 감소는 성격이 다른 두 경로를 포함한다. 하나는 수입대체 경로로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품 가격 경쟁력 약화를 통해 국내 생산품의 상대적 경쟁력을 높이며 제조 기반 강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른 하나는 중간재 비용 부담 경로로 수입 원가 상승을 통해 생산 비용을 가중시키고 생산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러한 두 경로 중 어느 효과가 지배적인지는 해당 산업의 수입 품목 구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유지형 산업은 환율 상승분이 그대로 조달 비용으로 누적되므로,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저하가 설비투자 축소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나아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가열되는 핵심 전략산업이라는 점에서, 고환율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투자 연속성 훼손으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수입조정형 산업은 수입대체 효과를 국내 생산 확대와 연계하는 한편, 핵심 중간재 원가 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의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수입유지형 산업은 환율 충격이 비용으로 전이되는 구조를 고려해 환율변동보험 현실화, 전략산업 투자 연속성 보호 등의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산업연구원 홍성욱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산업 전반에 걸쳐 산업별 수입 물가·물량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기반의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또 중소·중견기업의 환헤지 상품 접근성을 제고하고, 실효성 있는 환위험 관리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환위험 관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