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세월호참사 유가족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구호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대 국회에선 좌절된 '생명안전기본법'
국민의 안전권 신설을 골자로 하는 생명안전기본법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먼저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뒤 지난해 3월 박주민(더불어민주당)∙한창민(사회민주당)∙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법안은 성별 등과 관계 없이 안전사고 위험으로부터 생명·신체·재산을 보호받고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인 '안전권'을 규정하고, 사고 발생 시 피해자의 권리도 명시했다. 아울러 국가의 안전권 보장 의무와 함께 기업·단체의 사고 예방·대비·대응·복구에 관한 책무도 담았다.
차일피일 밀리던 법안에 기대감을 높인 건 정부가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하는 대통령령을 입법예고하면서였다.
22대도 지지부진…거대 양당, 서로 떠넘기기
그러나 취재 결과, 국회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해 보인다. 행안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배경으로는 먼저 여야 간 소통 부족이 꼽힌다.
올 들어 행안위 간사 간 의사일정 협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생명안전기본법 상정을 요구했음에도 뒷순위로 밀렸다고 한다.
때문에 여권에서는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행안위 법안심사제2소위원장을 맡으면서 입법이 지연됐다고 지적한다. 한 민주당 소속 행안위원은 "서 위원장이 법안 성장 자체를 주저하고 반대하고 있다.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이 앞서 국민투표법 개정안과 행정통합특별법, 사회연대경제기본법 등을 행안위에서 우선 처리했다는 점에 비춰, 여당의 의지 부족을 지적하는 시각도 적잖다.
행정안전부 또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중점 추진 법안'이나 여야 합의로 상정된 법안을 중심으로 법안심사를 진행하다 보니 생명안전기본법 상정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행안위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막아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못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민주당에서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공청회까지 진행했다. (이후엔) 민주당도 딱히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행안위 소속 용혜인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고 행안위원장도 민주당이 맡고 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과제인 만큼 법안을 직회부해서 의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안소위 뛰어넘는 '강경책' 선택할까
국민의힘은 '법안을 상정해도 조사위원회 간 권한 중복 문제 등 논점이 많아 조속한 통과가 쉽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행안부와 시민사회가 협의해 수정안을 마련했고, 이 법안엔 기존에 제기됐던 쟁점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반론이 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계기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기대감이 커지면서 여권도 이에 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농성을 하던 시민단체 '생명안전동행' 만나 이번 달 안으로 법안 처리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법안소위에서 진행이 안 되고 있어서 내부 논의를 거쳐 국회의장과도 상의했다"며 "이미 (권칠승) 행안위원장에게 '필요하면 단독 처리 일정을 잡아 처리하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