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자 여사, 여든여섯 인생 담은 《한 여인의 긴 겨울, 그리고 봄》출간

안순자 씨 제공

겨울 끝에 반드시 찾아오는 '봄'의 메시지  여든여섯의 나이에 세상에 내놓은 한 권의 삶의 기록이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한 여인의 긴 겨울, 그리고 봄》은 강원도 평창 봉평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파란만장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안순자 씨의 생애를 담은 구술 기록이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한 여성으로, 또 어머니로 살아낸 한 인간의 치열한 생존과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섯 살에 어머니를 잃고 의붓어머니 밑에서 힘겨운 유년기를 보낸 저자는 어린 나이에 식모살이를 시작했고, 이후 깊은 산골에서 여덟 자매를 낳아 기르며 고단한 삶을 이어갔다.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해 평생 글을 읽고 쓰지 못했던 저자는 "자식들에게만큼은 못 배운 설움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 하나로 삶을 버텨냈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쓴 글이 아닌, 큰 아들인 이수인 전 강원교육연구원장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받아 적어 완성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더한다.
 
투박하지만 진솔한 고백들이 아들의 손을 거쳐 문장으로 다듬어지는 과정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가족 간의 깊은 연대와 치유의 시간이기도 했다.
 
저자는 "모니터 위에 내 이름과 삶이 새겨질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글쓰기를 "평생 쌓아둔 눈물과 사랑을 꺼내는 치유의 과정"으로 표현했다.
 
책에는 시대의 비극 또한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방 직후 귀향길 기차 안에서 전염병으로 어린 동생을 잃고, 달리는 열차 밖으로 보내야 했던 가족의 기억은 어린 소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로 남았다. 그러나 이러한 아픔은 오히려 저자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끝내 여덟 자식을 키워낸 어머니로서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저자가 가장 공들여 전하고 싶은 문장은 "내 배가 고파도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큰 음악이었다"는 고백이다. 가난 속에서도 자식들을 향한 사랑이 삶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여인의 긴 겨울, 그리고 봄》저자 안순자 씨. 안순자씨 제공

《한 여인의 긴 겨울, 그리고 봄》은 단순한 개인의 회고록을 넘어, 부모 세대의 희생과 사랑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기록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생의 모진 겨울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괜찮다, 살아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책장을 덮는 독자들에게 그는 한 가지 메시지를 남긴다. "아무리 시린 겨울이라도 반드시 봄은 온다" 고난의 시간 속에서도 결국 삶은 이어지고, 그 끝에는 반드시 희망이 있다는 믿음이다.
 
여든다섯 해의 삶을 '소풍'에 비유한 저자는 이제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사랑하고 나누며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이름으로 남겨진 삶의 기록은, 그 자체로 한 인간의 존엄과 기억을 되찾는 여정이자,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깊은 위로가 되고 있다.

안순자 여사의 큰 아들 이수인 전 강원교육연구원장은 이번 회고록 출간과 관련해 "어머니의 삶을 책으로 남기고 싶다는 바람은 오랫동안 간직해온 저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였다"며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지나온 오늘의 80대 어머니들 역시 비슷한 굴곡진 삶을 살아오셨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고자 이번 책을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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