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채만 한 멧돼지가 유리창을 뚫고 쏜살같이 뛰어가는데, 생전 그런 광경은 처음 봤습니다."
15일 오전 10시 30분 세종시 보람동의 한 상가 건물. 멧돼지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깨진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앞뒤 유리창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산산히 부서져 있었다.
멧돼지는 유리창을 두 차례 들이받은 뒤 건물을 관통하듯 지나가 자취를 감췄다.
당시 멧돼지를 목격한 한 경비원은 "집채만 한 멧돼지가 상가 앞 유리를 뚫고, 뒷 유리로 빠져나갔다"며 "미사일 터지듯이 '쾅쾅'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몸집이 컸는데도 상당히 빠르게 움직였다"며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 뒷편으로 사라졌는데 등교 시간과 겹치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이들이 있었으면 크게 다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수라장이 된 상가를 목격한 시민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민은 "오전에 안전 재난 문자를 받고 '어디서 멧돼지가 또 나왔나 보다'하고 말았는데, 그게 우리 교회 건물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건물에서도 피해가 이어졌다. 국제개발협력센터 1층 유리창이 깨졌고, 파손된 창문은 박스로 막아 놓은 상태였다.
특히 멧돼지가 부상을 입은 듯 깨진 유리 주변과 이동경로 곳곳에는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 흔적은 약 1km 가량 이어지며 당시 상황의 긴박함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한국개발연구원 한 관계자는 "오전 7시쯤 연구원 쪽에 출몰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이라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한복판 주거 단지에서 멧돼지가 활보하자 학부모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대전은 동물원에서 키우던 작은 늑대가 탈출했을 때도 학생 안전을 위해 휴교령을 내렸는데, 세종은 집 채 만한 멧돼지가 두 마리나 출몰했는데도 아무런 대응이 없다"며 "곧 학생들이 하교를 할 텐데 안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수색당국은 멧돼지 2마리가 인근 괴화산으로 이동했을 것이라 보고, 포획 활동 중이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 30분 세종시는 "세종 반곡동과 소담동 인근에서 멧돼지 출현으로 포획 활동 중"이라며 "인근 노약자와 어린이의 주의를 당부한다"는 안전 문자를 발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