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주유소 담합 조사 속도전…과징금 '3배 강화'도 추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CBS 라디오 인터뷰
부산·경북·제주·경기 주유소 현장점검…"조만간 시정명령·과징금 처분"
국민 300명·사업자 30개 이상 직접 고발 검토…하도급·가맹법도 적용 대상
"불필요한 형벌은 없앤다"…시장지배력 남용 과징금 상한 6%→20% 추진

황진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유가 상승과 맞물린 일부 지역 주유소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법 전반의 제재 체계를 손보는 제도 개편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형사 처벌은 줄이고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업 규제의 축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15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가격이 비슷하게 움직이거나 다른 지역보다 과도하게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부산·경북·제주·경기 지역 주유소를 중심으로 가격 변동 양상을 조사했고, 조만간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전속고발권 폐지…"직접 고발 길 연다"

주유소 담합 의혹 조사와 함께 눈에 띄는 대목은 공정위가 제재 체계 전반을 손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전속고발권 폐지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공소 제기가 가능한 제도로, 주 위원장은 이를 두고 "공정위가 조사도 하고 중요한 고발권도 독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하되, 아무나 바로 고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요건을 둔 직접 고발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국무회의 보고안 기준으로 국민 300명 이상, 사업자 30개 이상이 참여할 경우 직접 고발이 가능하도록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수사기관이 사건을 수사해 공정위에 고발 요청을 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하기 때문에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며 "이런 간접적인 방식을 더 풀어서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나 사업자가 직접 고발하고 공소 제기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담합뿐 아니라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 형벌 조항이 있는 공정거래 관련 법 전반에 적용된다.

다만 직접 고발이 늘어나면 남발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형벌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공정거래 관련 법에 형벌 규정이 지나치게 많다"며 "중대한 법 위반을 제외한 불필요한 형벌은 정리하고 경제적 제재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6% 과징금으론 남는 장사"…경제 제재 대폭 강화

연합뉴스

공정위가 이번 개편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과징금 강화다. 주 위원장은 "형벌 규정을 없애면 억지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는 경제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우선 과제였다"며 "확인해 보니 우리 공정거래법상 경제적 제재 수준이 선진국보다 지나치게 낮았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과징금 상한은 현행 관련 매출액의 6%에서 최대 20%까지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주 위원장은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얻는 이익률은 20~30%까지 될 수 있는데, 과징금이 6% 수준이면 남는 장사가 된다"며 "EU는 30%, 일본은 15% 수준인 만큼 우리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과징금이 소송 과정에서 깎이는 구조도 함께 손질할 계획이다. 주 위원장은 "현행법이 과도하게 과징금이 낮고, 걸려도 낮은 과징금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면 감액될 가능성이 높아 위반 행위가 반복되는 구조"라며 "법 개정뿐 아니라 시행령과 고시의 과도한 감액 규정도 전부 손볼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승소율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패소해 다시 반납하는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고, 공정위 승소율은 상당히 높다"고 반박했다.

최근 설탕 담합 사건에서 4천억 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서도 "관련 매출이 3조 원이 넘는데 4천억 원은 가장 정상적인 과징금 처분"이라며 "과거에는 이런 사건도 400억 원 수준으로 끝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제재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 위원장은 끝으로 "지금 하고 있는 제도 개선은 과징금 폭탄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한국이 선진국인 만큼 공정거래법과 관련 법도 선진국 표준에 맞게 정비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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