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향해 날아간 우주인들, 살아서 돌아왔다[코스모스토리]

아르테미스 II 오리온 캡슐이 태평양 캘리포니아 해안에 착수하기 직전의 모습. NASA/빌 잉걸스

4월 11일(토) 오전 9시 7분(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태평양 해상에 낙하산 3개가 펼쳐졌습니다. 오리온 우주선이 수면에 닿는 순간,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의 무전이 들렸습니다. "four crew green." 4명 모두 이상 없다는 보고였습니다. 4월 1일 발사 이후 10일,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여정이 마무리됐습니다.

지구 상공에서 음속 35배로 귀환

대기권 재진입이 시작되면서 오리온은 음속의 35배, 시속 2만 4664마일(약 3만 9695km)로 지구를 향해 떨어졌습니다. 캡슐 바닥에 부착된 지름 16.5피트(약 5m)의 열차폐막에는 태양 표면 온도의 절반인 약 섭씨 2760도(약 화씨 5000도)의 열이 가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캡슐 주변에 플라즈마가 형성되며 약 6분간 미션 컨트롤과의 교신이 차단됐습니다.

통신이 복구된 뒤 오리온은 드로그 낙하산 2개, 파일럿 낙하산 3개, 메인 낙하산 3개를 순서대로 전개하며 속도를 줄였습니다. 최종 착수 속도는 시속 약 17마일(약 27km)이었습니다. NASA 비행역학팀 릭 헨플링 책임자에 따르면, 오리온은 목표 착수 지점에서 1마일 미만의 오차로 내려앉았습니다. NASA는 이를 "perfect bullseye splashdown(완벽한 정중앙 착수)"이라고 불렀습니다.

태평양에 착수한 오리온 우주선 캡슐에서 미국 해군이 탑승자들을 이동시키는 모습. NASA/제임스 블레어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Christina Hammock Koch)가 캡슐 해치가 열린 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승무원들은 헬기에 의해 인근 해상에 대기 중이던 USS 존 P. 머사(John P. Murtha)함으로 이송됐으며, 선상 의료 평가를 거쳐 같은 날 휴스턴 존슨우주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미 해군이 NASA 유인 미션을 직접 회수한 것은 1975년 아폴로-소유즈 프로젝트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10일이 남긴 것들

ABC뉴스에 따르면 오리온의 총 비행 거리는 69만 5081마일(약 111만 8000km)이었으며, NASA 비행역학팀 발표 기준 비행 경로 각도의 목표 대비 오차는 0.4% 이내였습니다.

오리온 우주선이 달 뒷면을 플라이바이(Flyby) 하는 모습. NASA

이번 미션에서 오리온은 여러 기록을 남겼습니다. 4월 7일, 오리온은 지구에서 25만 2760마일(약 40만 6740km) 지점에 도달하며 1970년 아폴로 13호가 세운 인류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53년 만에 사람이 탄 우주선이 달 곁을 직접 날았습니다.

달 뒷면 플라이바이(flyby) 직후에는 오리온·달·태양이 일직선으로 늘어서는 개기일식이 약 1시간에 걸쳐 펼쳐졌습니다. 우주비행사들이 달 부근에서 개기일식을 목격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입니다.

오리온 우주선이 달 뒷면 플라이바이(Flyby) 직후 발생한 개기월식 장면. NASA

조종사 빅터 글로버는 착수 후 기자회견에서 "4월 1일 발사라 달 뒷면 조명이 기대만큼 좋지 않았는데, 일식이 그 보상이었다"며 "미션에서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승무원들은 일식으로 어두워진 달 표면에서 유성체가 충돌하며 만든 섬광을 총 6차례 육안으로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와이즈먼과 글로버는 귀환 비행 중 수동 조종 시연을 완료하며 오리온 우주선의 첫 유인 비행 검증 목록을 채웠습니다.

달까지 간 누텔라, 우주에서 찾은 로션, 그리고 1분의 침묵

10일간의 임무 중 전 세계 소셜미디어를 달군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중계 영상에 갑자기 튀어나온 누텔라 초콜렛 병. NASA 중계 영상 캡처

4월 6일, 오리온이 아폴로 13호의 최장거리 기록을 경신하기 불과 3분 52초 전의 일이었습니다. 중계 화면에 갑자기 누텔라 병 하나가 무중력 상태로 주방 구역에서 흘러나와 레이블이 카메라 정면을 향한 채 천천히 회전했습니다.

Fox뉴스에 따르면, 누텔라 측은 즉각 소셜미디어에 "역사상 어떤 스프레드보다 멀리 여행하게 돼 영광입니다"라고 게시했고, 이 게시물은 조회수 130만을 넘겼습니다. 일부에서는 의도된 PPL(간접광고)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누텔라 공식 엑스 캡처

이에 NASA 홍보 담당자 베서니 스티븐스는 Futurism과의 인터뷰에서 "NASA는 브랜드 파트너십과 무관하게 승무원 식단을 선정합니다. 이것은 PPL이 아닙니다"라고 공식 부인했습니다. 누텔라는 오리온에 탑재된 189종의 식품 중 하나였습니다.

제시카알바 인스타그램 캡처

비슷한 시기 또 하나의 화제가 생겼습니다. Newsweek에 따르면, 중계 중 코크가 미션 컨트롤과 교신하며 "특정 위생용품을 찾고 있는데 바로 Honest 브랜드 로션입니다. 챙겨온 것 같은데 아직 찾지 못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됐습니다.

이 영상이 퍼지자 Honest Company의 공동 창업자인 배우 제시카 알바는 차 안에서 해당 영상을 보는 리액션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의 제품이 우주에 갈 수도 있습니다." 이 영상은 18시간 만에 조회수 130만을 넘겼습니다.

아르테미스 II 승무원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화하는 모습. 리드 와이즈먼 사령관이 연결상태 확인을 요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I am. Yes"라고 답했다. 중계 영상 캡처

같은 날 밤에는 또 다른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장거리 기록 경신을 축하하며 승무원들과 생방송 통화를 진행하던 중 캐나다 우주비행사 한센에 대한 덕담을 마친 뒤 약 1분간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장면이 그대로 중계됐습니다. 4명의 우주비행사가 카메라를 보며 미소만 짓는 사이, 마이크가 무중력 상태로 천천히 떠다녔습니다. 결국 와이즈먼 사령관이 "아직 연결돼 있는지 통신 상태 확인합니다"라고 말했고, 트럼프는 "I am, yes(네,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미션 컨트롤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트럼프는 이후 "9초 딜레이 때문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았던 것들

성공적인 귀환이었지만 남겨진 숙제도 있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열차폐막입니다. 2022년 아르테미스 I 무인 시험 비행 이후, 열차폐막을 구성하는 아브코트(Avcoat) 소재가 100곳 이상에서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손상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NASA에 따르면, 당시 스킵 리엔트리(skip reentry, 대기권에 한 번 진입한 뒤 튀어나왔다가 재진입하는 방식)과정에서 소재 내부에 가스가 축적되며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아르테미스 I 미션 당시 오리온 우주선이 대기권 진입을 두번에 걸쳐 진행하는 작업을 설명하는 그래프. NASA

이번 아르테미스 II에서 NASA는 두 가지를 바꿨습니다. 재진입 방식을 스킵 없이 직접 강하(direct entry)로 전환하고, 아브코트 소재도 가스가 더 잘 빠져나올 수 있는 다공성(多孔性) 배합으로 교체했습니다. CBS뉴스에 따르면, 전 NASA 우주비행사이자 열차폐막 전문가인 찰리 카마르다는 발사 전 "NASA가 문제의 근본 원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행을 결정했다"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NASA는 이에 아르테미스 I 비행 데이터와 지상 시험 결과를 근거로 안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미션을 강행했습니다.

오리온 우주선의 캡슐이 유럽서비스 모듈에서 분리되는 모습. NASA 중계 영상 캡처

착수 후 잠수부들이 즉시 입수해 열차폐막을 촬영했고, 전문가 2명이 선박에 탑승해 초기 점검을 시작했습니다. CNN에 따르면, 오리온 프로그램 매니저 하워드 후는 "많은 데이터를 수집했다. 며칠 내로 이상 여부를 파악할 것"이라며 향후 캡슐을 케네디우주센터로 이송해 30일 정밀 점검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열차폐막 외에도 서비스 모듈의 밸브 재설계와 화장실 문제도 해결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NASA 부행정관 아밋 크샤트리야는 NBC뉴스에 "25만 마일을 비행한 뒤 1도 미만의 각도로 정확히 맞췄다. 그것은 운이 아니다. 1000명이 각자의 일을 한 결과"라면서도, 아르테미스 III까지 시간이 촉박해 "더 빠르게 움직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입니다"


아르테미스 II 승무원들 리드 와이즈먼(오른쪽부터), 빅터 글로버, 크리스티나 코흐, 제레미 한센. NASA/헬렌 아라세 바르가스

이번 미션은 기록과 이정표를 넘어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기억될 것입니다. 조종사 빅터 글로버는 달 근방을 비행한 최초의 흑인 우주비행사라는 수식어를 달고 이번 임무에 올랐습니다. 발사 전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 수식어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젊은 흑인 아이들이 나를 보며 '저 사람이 나처럼 생겼는데 저런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방향으로도 나아가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이런 최초 기록을 거론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이것은 흑인의 역사도, 여성의 역사도 아닌 인류의 역사입니다."

다음 목표는?


오리온 우주선 창문 나타난 달의 모습. NASA

아르테미스 II는 다가서기 위한 시험 비행이었습니다. 다음 미션인 아르테미스 III는 2027년 중반 발사를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이 미션은 달 표면 착륙이 아닌 저지구궤도(Low Earth Orbit)에서의 장비 시험 및 도킹 기술 검증이 주요 목표입니다. 실제 달 표면 착륙은 2028년 아르테미스 IV에서 예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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