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홍콩거래소 '반도체 공동지수' 개발, 부산 '기회의 창' 열어야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제공

자본에는 국경이 없지만, 그 자본이 흐르는 길목에는 반드시 '표준'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한국거래소(KRX)와 홍콩거래소(HKEX)가 공동 발표한 'HKEX KRX 반도체 지수'는 단순한 종목의 산술적 결합 그 이상을 의미한다. 글로벌 AI 열풍 속에서 한국 반도체라는 핵심 자산이 홍콩의 'ETF 커넥트'라는 파이프라인을 타고 중국 본토 자본과 만나는 공식적인 '금융 통로'를 개설한 것이다.

홍콩 60%·한국 40%… 'ETF 커넥트'를 정조준한 전략적 설계

한국거래소는 홍콩거래소와 양국 반도체 대표 기업들로 구성된 공동지수인 'HKEX KRX 반도체 지수'를 14일 발표했다. 이 지수는 한국과 홍콩의 반도체 대표 기업을 각각 15개씩, 총 30개 종목으로 구성했다. 한국 측에서는 'KRX 반도체 Top 15 지수' 구성 종목이, 홍콩 측에서는 HKEX가 별도로 선정한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대목은 자산 비중이다. 홍콩 주식 비중을 60%, 한국 주식을 40%로 고정해 수시로 리밸런싱하도록 설계다. 이는 중국 본토 투자자가 홍콩 상장 ETF를 거래할 수 있는 제도인 'ETF 커넥트'의 등록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거래소는 이 지수를 기초로 한 ETF가 홍콩 시장에 상장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공 지표'에서 '수익 사업'으로… 거래소의 체질 개선

이번 공동지수 개발은 한국거래소가 과거 '공정 지표 관리자' 역할에서 벗어나 수익 다변화를 꾀하는 '상업적 지수 사업자'로 변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외 거래소와 연합해 지수를 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한 이후, 지수 사업을 핵심 수익원으로 육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홍콩을 외화 투자의 허브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자산에 목마른 중국 본토 자본을 '지수 상품화'하여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금융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을 확장하며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처음 6천선을 돌파하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 변화, 부산의 지형적 가치 재발견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이 반도체 하나에 얼마나 많은 회로를 그려 넣느냐는 '집적도'를 넘어 반도체를 층계별로 쌓는 3차원 적층과 패키징으로 진화하면서 부산의 지형적 가치도 재평가받고 있다. 수도권이 전공정(Fab) 중심이라면, 부산은 항만과 물류망을 기반으로 한 '후공정(OSAT)과 소부장 클러스터'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EDC)는 올해 2월,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돼 리노공업 등 반도체 핵심 기업의 투자가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AI 연산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가 부산 서부권에 집중되는 추세는 고성능 서버 수요라는 자체 생태계 형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세계 6위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이 반도체 소부장의 물류 거점으로 기능한다면, 금융 지수의 활성화는 곧 실물 경제의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동지수가 한국 반도체를 향한 글로벌 자본의 관심을 '제도화'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 지수가 자본시장에서 한국 반도체의 '금융 표준'으로 안착한다면, 그 낙수효과는 반도체 생태계가 자리 잡은 부산의 실물 경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거래소가 열어젖힌 '금융의 길'을 따라 부산시가 AI·반도체 클러스터 정책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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