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눈으로 밤 새" 청주 봉명동 폭발 첫날, 잠 못 든 주민들

대피소 텐트엔 한 가족뿐…대다수 주민은 집 지켜
잠들지 못한 주민들 단지 배회…"잠 한 숨도 못 자"

간이 텐트에서 생활 중인 박규보·김정희 부부. 임성민 기자

"집 창문이 뻥 뚫려 있는데 어떻게 있겠어요. 오늘은 여기서라도 자야죠."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첫날, 피해 주민들은 임시 대피소와 파손된 집을 오가며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13일 밤 9시쯤 찾은 청주시 흥덕초등학교 강당. 체육관 바닥에는 간이 텐트 여러 동이 줄지어 설치됐지만 실제 이용하는 주민은 많지 않았다.
 
한쪽 텐트에는 폭발 지점 인근 아파트에 살던 박규보(62)·김정희(53) 부부가 짐가방 몇 개를 둔 채 자리를 잡고 있었다. 텐트 안에는 담요와 생수병, 구호 물품이 놓여 있었다.
 
이들은 사고 지점과 가장 가까운 동에 거주해 집 창문과 창틀이 크게 파손돼 귀가가 어려운 상태였다.

부부는 낮 동안 집을 정리하다 결국 밤이 돼서야 대피소로 몸을 옮겼다고 운을 뗐다.
 
김 씨는 "당장 갈 곳이 없으니 선택지가 이것뿐이었다"며 "집에 계속 있고 싶어도 창문이 다 깨져 잘 수 없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로 피해를 입은 부부의 집. 박규보씨 제공

대피소에도 온통 집 생각뿐이었다. 부부는 휴대전화로 파손된 집 사진을 번갈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창문 틀이 비틀어져 걸쳐 있고 유리도 완전히 치우지는 못했다"며 "내일 장비가 들어와 철거 작업을 한다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멀쩡하던 집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냐"며 "그나마 매번 연락해 주는 아들과 친척, 지인들 때문에 위로 받고 있다"고 했다.
 
새벽 폭발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박 씨는 "자다가 폭탄 터진 줄 알았다. 수류탄보다 더 큰 소리였다"며 "가스 냄새도 같이 밀려들어 와서 아내와 함께 부리나케 뛰쳐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씨 역시 "계단마다 유리창이 깨져 파편이 온통 널려 있었다. 지금도 눈만 감으면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오늘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 피해를 본 아파트. 대다수 세대에 불이 켜져 있다. 임성민 기자

대피소 밖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도 사고 현장 인근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불이 꺼지지 않은 세대가 여럿 눈에 띄었다.
 
창문이 깨져 비닐조차 치지 못한 집도 있었고, 일부 세대는 휑하게 뚫린 창문 사이로 실내 등이 새어 나왔다.
 
단지 입구에서 만난 주민 A(60대·여)씨는 검은 비닐봉지에 막걸리 한 병을 담아 든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A씨는 "눈만 감으면 유리 떨어지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 몸이 떨린다"며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아 술기운이라도 빌려 잠을 청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도 일부 주민들은 밖으로 나와 아파트 단지를 서성이고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밖을 나와 서성이고 있다. 임성민 기자

13년째 해당 아파트에 거주 중인 전 모(67·여)씨는 "지금도 유리 파편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면 화들짝 놀란다"며 "놀란 가슴 진정시키려 밖으로 나왔지만 잠은 다 잔 거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56)씨는 "자다가 추가 피해를 볼까 봐 무서워 밖으로 나왔다"며 "주민 모두 집 걱정에 떠나지도 못하고 발 뻗고 편히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13일 새벽 3시 59분쯤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3층짜리 상가건물 1층 식당에서 LP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주민 등 16명이 다쳤고, 수백 세대에서 창문 파손 등 재산피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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