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WSJ '트럼프 외설 편지 보도'…명예훼손 아냐"

"트럼프측이 보도의 '실질적 악의' 입증 못해"
다만 27일까지 '수정된 소장' 제출 기회 부여
해당 보도, 트럼프의 '과거 친분' 재부각 시켜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이른바 '외설 편지' 보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했던 명예훼손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플로리다주 연방지방법원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측이 WSJ 보도의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다만 대런 게일스 판사는 원고측에 오는 27일까지 수정된 소장을 제출할 기회를 줬고, 트럼프 대통령측은 재소송 방침을 밝혔다. 
 
앞서 WSJ은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에 맞춰 보낸 축하 편지에 여성 나체를 외설적으로 그린 그림과 함께 '도널드'라는 서명이 들어있었다"고 보도했다. 
 
편지에는 "생일 축하해. 그리고 매일매일이 또 다른 멋진 비밀이 되기를"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에도 '엡스타인 음모론'은 미국 내 가장 뜨거운 정치적 논란거리였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재집권한 트럼프가 '엡스타인 리스트'의 진실을 파헤쳐 기존의 '정치·경제 기득권 세력'을 타파해줄 것을 간절히 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공개하겠다고 말했지만, 재집권 후 이에 대한 행보는 생각만큼 빠르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WSJ의 '외설 편지'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 간 과거 친분을 재부각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좁혀 놓았다. 
 
또한 당시는 트럼프 행정부가 '법무부가 가지고 있는 엡스타인 관련 문서를 더 공개하라'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던 때였다. 
 
WSJ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편지는 가짜이고 편지 내용을 보니 이건 내가 말하는 방식이 아닌데다 나는 편지에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WSJ 발행사인 다우존스와 모회사 뉴스코프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약 10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뉴스코프의 명예회장 루퍼트 머독,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톰슨, WSJ 기자 두명도 피고로 포함됐다.
 
하지만 이날 법원은 "명예훼손을 입증하려면 WSJ 기자들이 '실질적 악의'를 가지고 있었음을 증명해야하는데, 이번 고소는 이러한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밝혔다. 
 
'실질적 악의'는 공인이 명예훼손을 주장할 경우 해당 보도가 허위일 뿐만 아니라 언론이 허위성을 알면서도 보도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요건이다.
 
다만 법원은 WSJ 보도의 진실 여부는 다루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측에 수정된 소장을 제출할 기회를 줬다. 
 
게일스 판사는 "편지의 작성자가 트럼프 대통령인지 아니면 엡스타인의 친구인지는 현 소송 단계에서 판단할 수 없는 사실관계"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이 지난 2006년 처음 체포되기 훨씬 전부터 그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말해왔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2008년 플로리다 주 법원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뒤 풀려났지만, 2019년 연방 검찰은 엡스타인을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엡스타인은 수감중이던 201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의 사망 이후 '엡스타인 음모론'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엡스타인이 미국 정재계 거물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 여기다 구체적인 리스트가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특히 리스트 속 거물들이 자신의 성범죄가 드러날까 두려워 엡스타인을 자살처럼 위장해 살해했다는 얘기도 유행처럼 번졌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