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이루는 삶이 '사치'가 된 시대"라는 도발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책 '가족이라는 사치'는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온 '가족'의 의미를 근본부터 다시 묻는다.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진미정 교수는 이 책에서 연애·결혼·출산·양육·돌봄 등 삶의 핵심 영역을 관통하며, 가족이 더 이상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선택이 아니라 경제와 제도, 가치관이 교차하는 결과물이라고 진단한다. 취업과 주거, 소득의 불안정이 심화된 현실에서 '가족이 있는 삶'은 점점 더 어려운 선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특히 우리가 믿어온 가족의 상식들을 하나씩 해체한다. 예컨대 한부모가구 증가를 '이혼 증가'로 이해하는 통념과 달리, 실제로는 결혼하지 않은 성인 자녀와 고령 부모가 함께 사는 형태가 늘어난 결과라고 짚는다. "10가구 중 1가구가 한부모가족"이라는 통계 역시 오해에 가깝다는 지적은, 가족을 둘러싼 담론이 얼마나 단순화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인식도 다르게 읽힌다. 흔히 동거를 결혼의 대안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결혼으로 가는 과정인 경우가 더 많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또 '나는 솔로' 같은 연애 예능이 인기를 끄는 이유 역시, 현실에서 점점 어려워지는 관계와 결혼을 '대리 경험'하려는 욕망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날카로운 지적은 '가족의 양극화'다. 소득이 낮을수록 결혼과 출산에서 멀어지고, 이는 다시 고립과 빈곤으로 이어진다.
"혼자 살아서 소득이 낮고, 소득이 낮아서 혼자 산다"는 문장은 오늘날 가족 문제의 구조적 본질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경제적 빈곤이 관계의 빈곤으로 확장되는 현실 속에서, 가족은 더 이상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반이 아니다.
그렇다고 책이 가족의 해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가족을 절대적 가치로 신성화하는 태도와, 반대로 아무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시선 모두를 경계한다. "가족은 절대적 가치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시될 수 있는 가치도 아니다"라는 문장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결국 '가족이라는 사치'는 하나의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관계를 선택하며 살아갈 것인가. 결혼과 출산이라는 전형적인 모델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사회는 가능한가. 가족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 이 책은 그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진미정 지음 |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