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세계 주요 연기금 중 수익률 1위인 국민연금이 최근 금융위원회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기업의 탄소 배출량이나 지배 구조를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ESG 공시 방안이 너무 늦고 약하다는 겁니다. 투자에 진심인 국민연금의 경고, 개인 투자자분들도 귀 쫑긋 세우셔야 할 텐데요.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이 논란 정리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정준혁> 네, 반갑습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홍종호> 교수님 연구 내용을 보니까 ESG 관련한 금융법, 회사법, 증권법 연구를 쭉 해오셨더라고요. 어떤 계기로 이런 데 관심을 가지시게 됐습니까?
◇ 정준혁> 저는 원래 회사법, 금융법을 연구하는 정통 연구자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ESG(환경 Environmental, 사회 Social, 지배구조 Governance)라는 게 회사법이나 금융법의 근간을 흔드는 논의이긴 합니다. 기억하시겠지만 한 20년 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이라고 해서 한참 열풍이 불지 않았습니까? 그때 생각해 보면 기업이 돈을 많이 버니까 좋은 일도 해라, 약간 이런 차원이었죠.
◆ 홍종호> 도덕적 책무를 강조한 거죠.
◇ 정준혁> 정확합니다. ESG는 그렇게 착하게 살아라 이런 의미가 아니라, 환경이나 사회나 지배 구조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결국에는 기업의 장기적 가치나 주주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발상입니다. 원래 회사법이나 금융법에서 전통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주주에게 돈을 많이 벌어주는 것, 그게 좋은 거다, 투자자의 이익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 이런 것이었는데요. 거기서 이런 비재무적 요소도 같이 고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보니까 연구자로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 홍종호> 지금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 비재무적 요소, 이게 전통적인 금융 분야에서는 재무가 제일 중요하지 비재무적인 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건데요. 하여간 오늘 주제가 ESG 공시입니다. 어떻게 공식적으로 기업의 ESG 성과를 발표하게 할 것이냐, 이건데요. 해외에서는 이런 움직임들이 더 빠르게 본격화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 공시 검토를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어 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월 25일 금융위원회가 한국에서도 ESG 공시를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고 이달 중에 확정하겠다는 계획이 나왔는데요. ESG 공시가 왜 이렇게 기업에게 중요하게 됐는지, 20여 년 전 아까 교수님 말씀대로 CSR 얘기를 하다가 이게 훨씬 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항목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를 설명 좀 해 주시죠.
◇ 정준혁> 네, 먼저 ESG 공시가 뭔지 말씀을 드리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공시부터 생각해 봐야 되는데요. 예를 들면 시장에 가서 사과를 보면 이게 적당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천 원을 주고 살지 만 원을 주고 살지 느낌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예를 들면 중고차를 산다고 생각해 보시면 겉으로 보면 알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정보가 필요합니다. 주행 거리가 얼마가 됐고 몇 년 된 차이고, 이런 정보가 필요합니다.
◆ 홍종호> 과거에 사고 난 적은 없는지 이런 것들이요.
◇ 정준혁> 정확합니다. 그래야지 이 차가 얼마짜리다. 하고 살 수가 있는데, 주식을 한번 생각해 보시면 주식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요. 느낌으로 가격이 얼마다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주가라는 것은 생각해 보면 모든 게 정보다, 정보로만 주가가 결정이 된다. 이렇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식에 관련된 정보는 공시를 하도록 법에 되어 있습니다. 결국 그 정보를 가지고 투자자들이 이게 얼마짜리 주식이구나 판단하게 되는 겁니다.
그동안은 재무 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얼마 전에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를 해서 주가 분위기가 엄청나게 좋은데 그렇게 재무 정보를 전달해 주면 그게 주가에 반영되는 구조였는데, 잘 생각해 보니까 버는 돈은 비슷하지만, 주가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기업들이 있지 않습니까?
◇ 정준혁> 예를 들면 철강회사나 시멘트 회사 같은 전통적 기업들을 보면 돈을 버는 것에 비해서 주가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경우도 있고, 반면에 앞으로 성장성이 있는 데들은 지금 돈을 적게 벌어도 주가가 상당히 높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으니까 재무 정보만으로는 설명이 다 안 되는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특히 기후변화가 워낙 피부로도 느껴지는 상황이다 보니까 단기적으로는 환경 문제가 주가 이런 거에 영향을 얼마나 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ESG로 대표되는 비재무 정보도 같이 공시하는 것이 투자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는 거다, 이런 생각으로부터 출발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그런데 ESG 중에서도 E는 환경이고 S는 사회고 G는 지배 구조, 이렇게 영어 약자잖아요. 그런데 통상적으로 ESG는 사실상 기후 공시다, 이런 말이 있고, 몇 년 전에 세계적인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에서도 ESG 중에 S하고 G는 정량화하기도 힘들고, 그냥 E(이미션)로, 탄소 배출로 보고 ESG는 탄소다, 탄소 배출로 기업 성과 매기자, 이런 식의 기사가 표지 글로 나올 정도로 이게 기후 공시다 할 정도로 E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이건 맞는 겁니까?
◇ 정준혁> 정확히 따지면 기후 공시만 하자는 건 아니기는 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비재무적 요소 중에 기후만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것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출산율이 낮은 문제가 워낙 사회적 문제고,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면 기업들이 과연 존속이 가능할까, 이런 것들도 사실 엄청나게 중요한 정보지 않겠습니까? 환경이 다는 아닌데, 그렇지만 기후 쪽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관심을 갖고 있고, 또 기후 문제라는 것이 우리나라만 잘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출산율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문제지만 기후 문제는 세계 문제다 보니까, 전 세계적으로 적어도 기후 공시에 있어서는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 홍종호> 다른 나라들, 특히 EU는 우리보다 빠르고 한국 정부는 좀 느리지 않냐는 비판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해외는 어느 정도로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도입하고 있고, 특히 가까운 일본은 좀 어떻습니까?
◇ 정준혁> 네 맞습니다. EU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빨리 시작했었고, 미국도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공시 기준이나 이런 것들을 몇 년 전에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요. 요즘 국제 정세가 많이 변하면서 몇 년 전부터 기후 공시 흐름이 좀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기는 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SEC에서 발표했다가 공식적으로 철회했고요. 연방 차원에서 언제 할지는 지금 계획이 없는 상황입니다.
EU 같은 경우에도 경제 상황이 요즘 워낙 안 좋다 보니까 전반적으로 완화하는 것들이 나오기는 했습니다마는, 어쨌든 EU는 시행 중이고요. 일본을 비교할 필요가 있는데, 일본 같은 경우에는 법을 개정해서 2027년부터 시행하는 걸로 확정된 상황입니다.
◆ 홍종호> 네 그래요. 아마 오늘 교수님 모신 가장 핵심 이슈인데요. 이 공시를 두고 논란이 생겼어요. 금융위가 내놓은 초안에 대해서 국민연금이 문제 있다, 이렇게 반발과 비판을 하고 또 집권 여당 정치인들도 여기에 대해서 제동을 걸고 있고, 이거 어떻게 보십니까? 뭐가 문제라서 이렇게 나온 겁니까? 약간 이례적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 정준혁> 네, 얼마 전에 금융위원회에서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로드맵이라는 것은 앞으로 언제부터, 어느 규모의 기업부터 시행하겠다, 단계적으로 넓혀 나가겠다, 이런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자연스러운데요. 그 이유는 국민연금이 우리나라에 워낙 많은 주식에 투자하고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삼성전자 주가가 좋으면 국민연금이 나쁠 건 없지만, 삼성전자만 좋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경제가 올라가야지만 사실은 국민연금이 좋아질 겁니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자산에 투자하니까, 그게 국민연금의 큰 특징이고요.
두 번째 특징은 국민연금은 1~2년 돈 벌고 끝낼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자손들도 국민연금을 통해서 혜택을 받아야 되는데, 그러니까 투자 기간이 아주 장기간인 곳이다 보니까,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후를 포함한 ESG 요소가 너무너무 중요하다 생각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ESG 공시에 대해서 조금 더 빨리, 더 많이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말씀을 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 홍종호> 해외 이런 거대 연기금들도 ESG 공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면이 좀 있죠.
◇ 정준혁> 맞습니다. 연기금들의 공통된 특징이 아주 초장기 투자를 하고, 많은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 홍종호> 그래요. 이 국민연금의 이번 비판이랄까 제동을 건 모습을 보면, 공시 도입 시기를 2027년이 아닌 올해를 기준으로 내년부터 도입해라, 또 더 많은 기업들, 그러니까 회사 규모 기준을 너무 높게 잡지 말고 좀 넓게 가자, 그리고 자율로 공시하는 게 아니라 의무적으로 법정 공시를 해라, 이런 주장들을 국민연금이 하고 있는데요. 교수님 보시기에 이 세 가지 주장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정준혁> 먼저 시기부터 말씀드리면, 내년에 공시를 하려면 2026년 자료, 올해 데이터가 있어야 이제 27년 3월에 사업 보고서를 공시할 때 공시할 수 있으니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면은 있기는 합니다.
◆ 홍종호> 좀 급하군요.
◇ 정준혁> 그렇죠, 1월 1일부터 이미 기업들이 준비하고 있었어야 되는데 지금 벌써 4월이다 보니까, 시기를 앞당기자는 것에 대해서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합니다마는 현실적으로는 제일 빨리 할 수 있는 게 내년 사업연도 것을 갖고 내후년에 발표하는 거, 그러니까 2027년도부터 하는 게 현실적인 측면이 있고요. 기업들이 공시를 더 많이 해야 된다는 측면도 당연히 이해됩니다. 국민연금은 거의 모든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당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죠. 그리고 법정 공시를 하자는 부분에 있어서는 저도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엄밀하게 따지면 자율 공시를 한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고요. 지금 금융위 발표안 자체도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상장 기업들은 거래소 공시를 무조건 해야 되기 때문에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기는 합니다.
◆ 홍종호> 그래요. 기업의 저촉 대상, 그러니까 ESG 공시를 해야 되는 기업의 규모에 대해서 국민연금이 주장하는 바와 이번 금융위 초안,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거죠?
◇ 정준혁> 국민연금이 정확히 얼마 이상부터 해야 된다라고 발표한 건 없다 보니까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는 그런데, 일단은 자산 총액 30조 원을 기준으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상황입니다.
◆ 홍종호> 그 정도 되면 우리나라 몇 개 기업 정도가 돼요?
◇ 정준혁> 제가 알기로는 100개가 조금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준혁> 금융위도 스코프3 공시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고, 시점에 차이가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 홍종호> 몇 년 차이 나는 겁니까?
◇ 정준혁> 국민연금은 최대한 빨리 하자고 하니까, 한 3~5년 정도 차이가 나는 상황인 걸로 이해됩니다. 스코프3가 기업들 입장에서 난감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게 자기 정보가 아니라 자기 공급망에 있는 협력업체들의 정보다 보니까, 이 정보가 과연 정확한지에 대한 자신감이 좀 없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 홍종호> 그래요. 제가 한번 국내 굴지 기업의 계열사, 계열사라고 해도 수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이죠. 거기서 강의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거기 임원분이 이미 우리가 납품하고 있는 모기업에서 빨리 탄소 배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료 정리해서 보고서를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게 벌써 2년 전이거든요.
◇ 정준혁> 그렇군요.
◆ 홍종호> ESG 공시에 대해서 논의가 계속 있는 중에 벌써 그런 것을 협력업체에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이 기업이 앞장서서 횃불을 들겠다는 것보다는, 해외에 나가 보니까 이런 흐름들이 가시화되고 있고 조만간 도입될 조짐이 있고, 우리는 그 나라에서 물건도 팔아야 되고 장사를 해야 되니 국내에서 빨리 준비해야겠다는 식의 입장에서 나온 게 아닐까 짐작했거든요. 교수님께서 이런 분야를 하시다 보면 기업들과 소통할 기회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국내 최소한 이런 글로벌 기업들은 스코프 3을 포함한 ESG 공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이라고 보십니까?
◇ 정준혁> 교수님께서 정말 중요한 점을 지적해 주셨는데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출을 많이 하다 보니까, 해외의 다국적 기업들 중에서는 자기 협력업체들, 자기 공급망에 있는 업체들이 기후 문제를 포함해서 ESG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자체적으로 엄청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애플에 물건을 공급하고 싶다라고 하면 애플 입장에서는 그 물건을 생산했을 때 탄소 배출을 얼마나 했는지, 그리고 그 기업의 노동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은 어떤지, 법에 의해서 강제되는 것은 전혀 아니고 자체적으로 협력업체들에게 요구하고 있고요.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이미 그런 정책들을 상당수 갖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법률에 따라서 ESG 공시가 강제되지 않더라도, 저 대기업에 물품을 팔고 싶다라고 생각하면 좋든 싫든 관련 정보를 제공하게 되고, 이런 흐름들은 이미 여러 해부터 있었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사실 이 공급망으로부터의 압력이 기업 입장에서는 훨씬 더 다가오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 홍종호>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잘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차원에서 금융위가 ESG 공시를 좀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거에 대해서, 앞서가는 기업들은 정부가 자기들이 잘하는 쪽에 규제를 명시화하는 걸 좋아하는 경우들이 역사적으로 보면 있더라고요. 자기들은 잘하고 있으니까 오히려 시장에서 영향력,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생각도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 정준혁> 그것도 너무 중요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ESG 규제의 부익부 빈익빈 문제 그런 거랑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지금 정부도 기후 전환 관련해서 여러 가지 지원을 많이 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원을 하려면 이런 정보가 있어야지만 이 기업이 잘하는지 개선이 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 이런 것들을 잘 대비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 홍종호> 그래요. ESG 공시가 직접적으로는 투자자들에게 장기 투자 관점에서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거지만, 소비자들도 영향을 받을까요? 어떤 기업이 이런 공시를 했는데 들어가 봤더니 탄소 배출이나 인권이나 종업원에 대한 자세나 이런 것들이 문제가 있네, 또는 잘하고 있네, 이런 것들이 소비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어떻게 보십니까?
◇ 정준혁> 말씀대로 이번 지속가능성 공시 자체는 투자자에게 포커스를 맞춘 겁니다. 투자자가 투자함에 있어서 필요한 정보가 뭐냐, 철저하게 그 관점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예를 들면 이 기업에서 물건을 살지 안 살지, 이 회사에서 일을 할지 안 할지를 판단하는 용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공시 같은 것이 많이 이루어지면 기업의 전반적인 평판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고요. 저는 국민들한테는 이런 단기적인 것보다도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라든지, 우리나라의 저출산율이라든지, 또 한국만의 문제 중 하나가 미세먼지가 있지 않습니까? 유럽 사람들은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미세먼지라든지 이런 우리나라 사회 특유의 지속가능성 문제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고 기업들이 그런 것을 잘하고 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 홍종호> 그래요. 이런 식의 움직임, 금융위가 일단 초안이 나왔고 또 국민연금이 여기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흐름에 대해서, 기업들, 물론 글로벌 대기업도 있고 협력업체 중소기업들도 있고 다양합니다만, 기업들의 반응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그냥 다 힘들다, 이런 반응인가요?
◇ 정준혁> 여러 가지 다양한 반응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속가능성 공시 자체가 상당히 딜레이가 된 건 맞거든요. 2022년부터 계획을 짜겠다는 이야기들을 했으니까 벌써 3~4년이 지난 상태여서, 비공식적으로 기업 분들을 만나면 학생 입장에서 중간고사를 일주일 미뤄준다고 하면 처음에는 좋아하다가, 한두 달 미뤄진다라고 하면 고통스럽지 않습니까? 언제 시험 볼지 모르니까요.
◆ 홍종호> 긴장도 되고 그렇죠.
◇ 정준혁> 할 거면 차라리 빨리 정해달라, 이런 목소리도 있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대기업들은 이미 어느 정도 준비가 된 데들도 있고, 반면에 준비가 정말 안 된 곳들도 있어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시스템에 의한 지원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아까 교수님께서 지적해 주셨는데, 정보가 적시에 투자자, 더 넓게는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거, 좋으면 좋았지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대비하고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준비하는 면에 있어서 기업들 간에 차이가 많다는 것, 정보 활용 능력이라든지 투자 여력이라든지 회사 내부의 준비 태도라든지, 굉장히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해외 기업들의 산업 생태계와 비교해 보면 한국은 그런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편입니까? 잘할 수 있는 기업, 굉장히 힘들어하는 기업 이렇게요.
◇ 정준혁> 우리나라 기업이 예를 들면 미국 기업에 비해서 공시를 잘하려는 노력 자체가 그렇게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공시를 했을 때 법적 책임이 실제 문제가 돼서 소송이 걸린다든지 이런 것들 자체가 우리나라가 미국 같은 데에 비해서는 상당히 적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공시 자체가 기업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보다는 이건 그냥 비용이고 또 다른 규제다, 이런 인식들이 기업들한테 많은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아직은 그런 생각들이 더 많군요.
◇ 정준혁> 그렇습니다. 공시를 잘하는 것이 결국 투자자들이 좋아하고, 그럼 투자자들이 그 기업에 더 많이 투자하게 돼서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이런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되는데요. 그 선순환의 바퀴가 아직 돌지 않은 느낌이 있어서, 이번 논의를 계기로 한번 돌아갈 수 있는, 워낙 지금 주식 시장이 좋지 않습니까?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홍종호> 그래요. 오늘 ESG 공시에 전문 용어도 굉장히 많고 들어도 금방 까먹는 여러 가지 용어들이 있는데, 교수님께서 굉장히 설명을 잘해 주셨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우리나라가 더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 ESG 공시가 어떤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시면 해 주시죠.
◇ 정준혁> 지속가능성 공시라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규제나 비용 부담이라고 인식이 안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이것이 결국에는 기업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여러 사례들로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있고요. 법리 얘기를 마지막으로 드리면, 기후 공시, ESG 공시를 처음 가는 길이다 보니까 기업들 입장에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걱정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자본시장법에 관련 근거가 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자본시장법에 이런 지속가능성 공시와 관련해서 고의에 의한 허위 공시가 아닌 이상은 어느 정도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들이 과도기적으로는 좀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 홍종호> 그린워싱, 의도된 그린워싱이 아니라면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 거에 대한 허용 범위가 좀 필요하겠다.
◇ 정준혁> 네, 그래서 지속가능성 공시를 하자는 이유가 잘못 공시하는지 지켜보고 나서 잘못했으면 벌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보다는 더 많은 기업들이 관련 정보를 시장에 알리고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잘 제공해 주는 데 목표가 있다 보니까 그런 쪽으로 제도가 설계되면 좋을 것 같고요. 그런 면에서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공시 로드맵이 여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많다 보니까 어떤 당사자들이 봤을 때는 불만족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아직 논의 기간으로 알고 있으니까 그동안 많이 논의해서 잘 자리 잡히고, 국회에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법이라든지 이런 모습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홍종호> 그래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준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