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예상대로 6·3 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데 이어, 본선을 앞두고 최대 부담으로 꼽히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라는 사법 리스크에서도 벗어났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관련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 완성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수사를 종결하면서다. 그러나 정치권의 시선은 곧바로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성사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CBS와의 통하에서 "조국도, 하정우도 왜 나를 피하나"라고 언급하며 북갑 등판 가능성을 키우면서 선거 구도는 다시 요동치는 양상이다. 전 후보의 사퇴 시점에 따라 보선이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지, 내년으로 미뤄질지가 갈리는 만큼 북갑은 '선거 성사 여부' 자체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사법 리스크는 일단 해소…본선 발목 잡던 숙제 털었다
전재수 후보는 전날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7~9일 실시한 부산시장 후보 본경선 결과 전 의원이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구체적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애초부터 이변 가능성을 낮게 봤다.후보 확정 직후 더 큰 관심을 모은 건 합수본 수사 결과였다. 합수본은 10일 전 의원이 2018년 8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금품 제공 시점을 2018년 8월 21일로 특정했고, 명품 시계와 관련한 부분은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또 2019년 10월 자서전 구입 대금 명목의 현금 1천만 원 수수 의혹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합수본은 특히 현금 제공 의혹과 관련해 윤영호 전 통일교세계본부장의 진술 외에 금액과 전달 정황을 특정할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그동안 전 후보에게 가장 큰 약점으로 따라붙었던 '통일교 게이트' 프레임은 일단 힘이 빠지게 됐다. 본선 내내 야권이 제기할 공세 포인트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수사 불확실성 자체가 선거판을 흔드는 변수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전 후보 입장에서는 예상된 후보 확정에 이어 얻어낸 또 하나의 정치적 호재다. 합수본은 다만 전 의원 보좌진 4명을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혀, 주변부 논란은 일부 남게 됐다.
남은 최대 변수는 북갑…'언제 사퇴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사법 리스크 부담이 줄어든 만큼, 이제 정치적 최대 변수는 북갑 보궐선거로 옮겨갔다.전 후보가 4월 30일까지 의원직을 사퇴하면 6월 3일 지방선거와 함께 북갑 보선이 치러지지만, 5월로 넘어가면 이번 선거에선 북갑 보선을 치를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선거는 내년 4월 재보선으로 미뤄진다.
부산시장 본선보다 먼저 전 후보가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가 '사퇴 결단'이 된 셈이다. 이 구조 자체가 이미 북갑을 부산 정치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게 만들고 있다.
전 후보는 앞서 "북구 주민에 대한 예의"를 이유로 "4월 30일 이전 사퇴 의사"를 시사해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중앙당의 고민이 전 후보 개인 입장과 완전히 같지는 않을 수 있다고 본다.
부산 18석 가운데 민주당이 가진 유일한 지역구 의석이 북갑인 만큼,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승부를 걸었다가 의석까지 잃을 경우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전 후보가 사퇴 시한을 지키느냐, 아니면 당의 전략적 판단 속에 일정이 조정되느냐에 따라 선거 지형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하정우, 대통령 제동에 민주당 북갑 후계 구도 안갯속
민주당 내부 계산을 더 복잡하게 만든 건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변수다.북갑 차출론이 거론돼온 하 수석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속도 조절 메시지를 낸 뒤, 하 수석 카드는 이전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북갑 후보군으로 거론되며 체급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건 이상 민주당으로선 "하정우 카드"만 믿고 전 후보 사퇴를 단행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미묘한 힘겨루기로 보는 시선, 반대로 하 수석의 존재감을 더 키운 뒤 정리하려는 과정으로 보는 시선이 함께 나온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민주당이 북갑 보선 후보를 아예 내지 않는 선택지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보선을 내년으로 넘겨 시간을 벌고, 후보군과 조직을 다시 정비하는 쪽이 더 낫다는 판단이 중앙당에서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전재수 후보가 감당해야 할 역풍도 작지 않다.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직후 다시 '사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 후보 입장에서는 통일교 의혹이라는 아킬레스건을 넘자마자, 이제는 '보선 무산 책임론'을 피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시험대로 떠오른 셈이다.
한동훈 "부산 자주 가겠다"…북갑 보선 판 흔들기
반면 보수 진영은 북갑을 둘러싼 몸풀기를 서두르는 분위기다.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CBS와의 통화에서 북갑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가 열리는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건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접 출마 선언은 피했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도 않은 셈이다.
한 전 대표는 이어 "제가 부산을 자주 가지 않습니까. 내려가면 뵙겠다. 자주 가겠다"고 말하며 부산행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또 "조국도, 하정우도 왜 나를 피하나"라고 언급해 북갑을 둘러싼 여야 잠재 후보군의 주저하는 흐름을 정조준했다.
이 발언은 북갑 선거가 실제로 열릴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은 지역을 직접 누비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한 전 대표 외에도 박민식 전 장관이 지역 연고를 앞세워 북갑 도전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보수 유투버 이영풍 전 KBS 기자 등 보수 진영 내부에선 여러 카드가 동시에 거론된다.
선거가 열리기만 하면 보수는 곧바로 다자 경쟁 또는 단일화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반면, 민주당은 아직 '누가 북갑을 지킬 것인가'부터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 불균형이야말로 전 후보와 민주당이 당장 마주한 가장 현실적인 부담으로 보인다.
전재수의 다음 과제는 본선이 아니라 '결단'
결국 전재수 후보는 민주당 후보 확정과 동시에 가장 큰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는 데는 성공했다.그러나 그 다음 장면은 곧바로 북갑 보선 문제다.
민주당이 하정우 카드 불확실성 속에서도 예정대로 북갑 보선을 치를지, 아니면 전략적 판단 아래 선거를 내년으로 넘길지에 따라 전 후보의 정치적 부담과 본선 프레임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 후보에게 지금 필요한 건 더 이상 후보 확정도, 사법 리스크 해소도 아니다.
이제 당장 해결할 과제는 4월 30일 이전 사퇴라는 약속을 실행할지, 아니면 중앙당 셈법 속에 다른 길을 택할지에 대한 결단이다.
부산시장 본선 레이스는 시작됐지만, 전재수 후보가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북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