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깡통전세' 수법으로 사회초년생들을 노려 수십억 원대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부 피해자 주거지에는 대부업자가 찾아오는 피해까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건축주와 분양 브로커, 바지 임대인, 공인중개사 등 49명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하고 이중 1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12월부터 약 7개월 동안 대학생 등 사회초년생 22명을 상대로 전세보증금 52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22명에 달한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신축 오피스텔을 매매가보다 전세보증금을 더 높게 책정해 깡통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곧바로 신용불량자인 '바지 임대인'에게 명의를 이전하는 '동시 진행'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 계약이 성사되면 집주인이 기존 건축주에서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바지 임대인'으로 바뀌는 구조다.
분양 브로커들은 사회초년생 등을 상대로 피해자 임차인을 모집하는 한편 명의를 넘겨받을 '바지 매수자'를 연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같이 역할을 나눠 건당 1천만 원에서 최대 6천만 원의 리베이트를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도 법정 수수료 10~15배를 초과하는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구속된 '바지 임대인' A씨는 전세 계약서를 월세 계약서로 위조해 대부업체에서 약 1억 3천만 원을 대출을 받는 등 추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잠적하면서 대부업자들이 피해자 임차인 주소지를 찾아오는 등 2차 피해도 발생했다.
경찰은 2024년 8월 국토교통부의 수사 의뢰를 받아 수사에 착수해 약 1년 7개월간 피의자 조사 등을 이어나갔다. 도주한 피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은신을 도운 지명수배자까지 검거하는 등 관련자 전원을 송치했다.
경찰은 "전세 계약과 동시에 임대인이 바뀔 경우, 계약 승계를 원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 등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 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초년생과 대학생 등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와 민생침해 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