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퓨마 이어 늑대까지 '탈출'…대전 동물 관리 총체적 부실

2016년부터 사고 때마다 재발 방지 약속…징계도 소용없었나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대전 아쿠아월드 반달가슴곰 탈출, 대전천에서 발견된 철갑상어, 오월드 퓨마 탈출, 오월드 늑대 탈출. 당시 자료사진

반달가슴곰, 철갑상어, 퓨마에 이어 이번엔 늑대까지.

대전 동물 사육 시설에서 맹수와 보호종 동물 관련 사고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근본적인 안전 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과 운영 주체, 원인은 달랐지만, 수온 관리 실패와 안전 수칙 미준수, 시설 점검 방치 등 관리 부실이라는 본질은 같았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대전 중구 보문산 자락에 있는 당시 대전 아쿠아월드(현 대전 아쿠아리움)에서 반달가슴곰이 사육장을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300m 떨어진 보문산의 등산로에서 발견된 곰은 쇠창살 틈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비탈길에 앉아 있다 미끄러져 내려온 곰을 그물망을 이용해 포획했다.

아쿠아리움 측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듬해 같은 시설에서 더 황당한 사건이 터졌다.

2017년 8월, 대전 동구 인동 인창교 아래 하천에서 길이 1.6m에 달하는 철갑상어 한 마리가 발견됐다. 살아있던 철갑상어는 이후 폐사했다.

소방당국이 구조해 중구청 환경과에 인계한 이후 아쿠아리움 측은 "철갑상어 두 마리가 폐사 직전처럼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며 "계곡 흐르는 물에 내놓으면 살릴 수 있을까 싶어 치료 목적으로 꺼낸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철갑상어가 휩쓸려 하천까지 떠내려갔다"고도 설명했다.

끝내 나머지 한 마리는 찾지 못했다. 폐사 직전의 어류를 계곡에 풀어놓는 방식으로 치료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쿠아리움은 누리집에 "세계적인 멸종위기 동물을 보전 전시한다"고 홍보해 왔던 터였다.

당시 사살된 퓨마를 추모하는 공간. 김미성 기자

2018년 9월에는 같은 보문산 자락의 대전 오월드에서 퓨마가 탈출했다. 보조 사육사가 혼자 사육장 청소를 마치고 나오면서 안쪽 문을 잠그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2인 1조 출입'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사육장 내 CCTV는 고장 난 채 방치돼 있었다. 탈출 4시간 30분 만에 퓨마는 결국 사살됐다.

대전시 감사관실은 오월드 원장과 동물관리팀장에게 중징계, 실무 직원에게 경징계를 내렸고, 운영기관인 대전도시공사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부과했다. 오월드 측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8일, 같은 오월드에서 이번엔 늑대가 탈출했다. 사파리 내 철조망 아래 흙을 파고 빠져나갔다.

탈출을 인지하고도 30분이 지나서야 소방·경찰 등 관련 기관에 신고가 이뤄졌다. 늑대는 탈출 3시간 30분 만에 오월드 사거리 인근 도심 도로에서 시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사진에는 늑대가 도심 도로를 활보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과 소방, 오월드 직원 등 수백 명이 투입돼 포획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탈출한 늑대가 나타났던 장소. 대전시 제공

시설도, 장소도 다른 사고였지만, 잊을 만하면 터지는 비슷한 사고에 관리 부실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대전 내 동물 사육 시설 안전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철갑상어 발견은 수온 관리 실패와 무단 방류, 퓨마 탈출은 안전 수칙 미준수와 시설 점검 방치, 늑대 탈출은 철조망 하단 지반 관리 미흡 등이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5월 동물원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사자·호랑이·곰 등 맹수류가 사육되는 174개 동물사 가운데 46곳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상태로 나타났다. 제2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드러난 결과로, 동물 사육 시설의 안전 관리 실태가 전반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늑대 탈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동물 탈출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시설 개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대전시에는 오월드 운영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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