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2호에 실려 우주로 향한 'K-라드큐브(K-RadCube)'가 유의미한 교신에는 실패했지만, 우주항공청은 이번 임무를 계기로 우주 탐사와 발사체, 위성, 국제협력까지 잇는 후속 구상을 본격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9일 우주항공청은 지난주 아르테미스 2호에 탑재돼 우주 공간에 사출된 K-RadCube가 이후 지상과의 유의미한 교신을 확보하지 못하자, 이에 대한 자세한 원인 분석에 나섰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전날 첫 기자간담회에서 K-RadCube에 대해 "예정된 미션을 현재까지 기준으로는 잘 수행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유인 탐사선 탑재와 정지궤도 너머 운용 경험 자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실패 원인은 추후 분석하되, 여기서 멈추지 않고 후속 사업과 산업 생태계 확대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누리호·저궤도 위성·국제협력…사업 구상 전면에
이번 간담회에서 오 청장은 우주개발의 산업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에도 발사체와 위성 분야가 여전히 연구개발 중심에 머물러 있고, 이를 산업 생태계와 연결하는 노력은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발사체와 위성 연구개발 역량을 신산업 창출과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업들과 직접 소통하는 SOS 간담회를 취임 이후 세 차례 열었고, 앞으로 최소 월 2회씩 이어가겠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자금 부족, 사업 기회 부족, 해외 정부·기관과의 접촉 기회 부족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고도 설명했다. 발사체 기업들은 발사 횟수 확대와 안정적 수요를, 위성·탐사 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연결고리를 주문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누리호가 있다. 오 청장은 누리호를 단순히 '보유'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운용'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032년까지 연 1회 이상 발사해 신뢰성과 운용 경험을 축적하고, 이후 연 2회 이상으로 확대해 상용 발사 서비스 시장 진입을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2029년부터 2032년까지 4차례 발사를 위한 소요 예산 산정을 거의 마무리했고, 사업을 서두르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신청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를 통해 2027년 예산 반영을 거쳐 2029년 발사용 물량을 업체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오 청장은 누리호가 연 2회 수준을 넘어 연 3~4회 이상 발사돼야 제작 공정과 운영 방식에 가시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누리호를 국가 상징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반복 발사와 비용 절감을 통해 실제 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발사체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계획도 제시됐다. 우주항공청은 나로우주센터를 대대적으로 고도화하고, 차세대 발사체와 달 착륙선 발사를 지원할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35년 이후 재사용 발사체 시대에 대비해 제2우주센터 구축 기획안도 오는 11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소형 발사체 기업들을 위한 민간 전용 발사장은 2027년부터 개방하고, 오는 6월에는 구체적인 운영 방안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발사체를 더 자주, 더 유연하게 발사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위성 분야에서는 저궤도 통신망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려는 구상도 제시됐다. 오 청장은 저궤도 위성 체계를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개발해야 한다고 봤다. 스타링크나 카이퍼 같은 해외 서비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안보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빠르게 서비스를 확보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국제협력과 역할 분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저궤도 통신 위성은 수백 기 규모로 지속적으로 발사하고 교체해야 한다며, 결국 발사체와 위성 모두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위성 한 기를 오래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제작하고 반복 발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대목은 K-RadCube와도 맞닿아 있다. 우주항공청은 이번 임무를 성공·실패의 이분법으로만 보지 않고, 탐사 임무를 실제로 수행하면서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 확인한 첫 경험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 청장은 K-RadCube가 유인 탐사선에 실린 첫 한국 탑재체이자, 정지궤도를 넘어 운용된 국내 첫 큐브위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신 실패는 아쉬운 결과지만, 탐사 환경에 맞는 위성 설계와 운용, 민간 기업의 독자 수행 경험, 후속 원인 분석 데이터는 모두 다음 단계의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항공산업은 뒷전?…"민간 항공 경쟁력 강화"
항공 분야에 대한 청사진도 함께 제시됐다. 오 청장은 항공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히며, 국방 항공 중심의 현재 구조를 민간 항공 경쟁력 강화로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차세대 항공기 개발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RSP(Risk & Revenue Sharing Partnership) 방식 참여를 확대해 국내 기업이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도록 유도하고, 미래 항공 모빌리티, 항공용 내열·경량 소재, 드론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 국산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가 당장 체감하는 지원 규모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 청장도 항공 분야 사업 기반이 원래 크지 않았다고 부연하며, 앞으로 업계 의견을 더 듣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제협력은 우주항공청이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분야다. 오 청장은 조만간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리는 스페이스 심포지엄에 참석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미국 해양대기청(NOAA), 유럽, 캐나다, UAE 등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만들고 산업 연결"…사업 실행력은 과제
오 청장은 향후 사업 구상을 설명하면서 우주항공청의 역할도 다시 정리했다. 그는 "우주항공청은 중앙행정기관의 하나"라며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이 연구를 수행하고, 우주항공청은 그 연구가 국가 전략과 산업 수요로 이어지도록 기획·조정·지원하는 역할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조직 효율화 문제도 제기된다. 우주항공청 내부에는 일반 행정과 정책 조정을 맡는 차장 조직과, 우주 분야 주요 임무와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우주항공임무본부가 병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당초에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살리기 위한 구조였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보고 체계와 의사결정이 나뉘면서 협업과 조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오 청장도 이러한 이원화 구조에 문제의식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당초 설립 취지는 살리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우주항공임무본부장 공석이 길어지는 것도 조직 재정비 방향과 맞물려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다만 우주항공청이 안고 있는 과제는 조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천 정주 여건, 산업계 체감 부족, 연구기관과의 역할 조정, 국제협력에서의 실질적 협상력 확보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에 오 청장은 사천 청사 환경과 인력 안착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했고, 항공업계와 우주 스타트업의 요구도 추가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