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 할아버지 옥살이, 45년 만에 손녀가 恨 풀었다

일본 방송서 본 내용 말했다가 신고 당해
징역형 선고…손녀가 재심 제기

스마트이미지 제공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부당하게 실형을 산 고 박기홍씨가 45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4-1부(정성호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에서 박씨에 대해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원에서 증거 조사한 자료를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일부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고, 나머지 증거를 종합해도 피고인 행위가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박씨는 1978년 6월부터 1981년 1월 사이 10차례에 걸쳐 지인들에게 북한 관련 발언을 한 혐의를 받았다. '38선을 없애고 통일이 되려면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 '남한은 사회제도 모순 때문에 없는 사람은 학교를 계속 다니기 어렵지만 북한은 실력만 있으면 공부할 수 있다'. '북한에 가면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등 말을 했다는 것이다.
 
부산법원종합청사. 박진홍 기자

유족에 따르면 박씨는 일본 유학 경험이 있어 일본 방송을 자주 봤다. 그는 일본 방송에서 본 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가 주민에게 신고당했다. 1981년 1월 경찰에 체포된 그는 안기부로 넘겨졌고, 한 달간 구금 상태로 조사받는 등 불법 조사를 받았다. 같은 해 6월 박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일부 혐의가 폐지된 반공법에 해당한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심은 박씨 손녀가 제기했다. 제주에서 간첩으로 억울하게 몰린 이들이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을 보고 2023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다. 진화위는 2024년 6월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를 겪었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재심을 권고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