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술 탈취 대기업 기둥뿌리 흔들리게 처벌해야"

공익법인 경청, '기술탈취 중소기업 기자간담회' 개최…"기술 탈취 반복은 상응한 처벌 없어서"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 엔이씨파워 심재용 대표, CGI 조영수 대표, 티오더 권성택 대표, 씨디에스글로벌 김찬미 변리사. 공익법인 경청 장태관 이사장, 경청 박희경 변호사. 이희진 기자

지난해 12월 9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및 공동발전 협약식'이 열렸다.

'상생협력'을 약속한 두 주체는 태양광전지 생산 설비의 핵심인 스크린프린터 기술을 놓고 첨예한 분쟁을 벌인 대기업 (주)한화와 중소기업 SJ이노테크였다.

당시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도 대화를 이어온 두 회사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의 모범"이라고 한껏 추어올렸지만, 그 배경에는 SJ이노테크의 피눈물이 짙었다.

SJ이노테크는 2011년 한화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를 납품했는데 2015년 계약 종료 이후 한화가 자사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만들어 계열사에 납품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SJ이노테크는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에 한화를 기술 도용 혐의로 신고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SJ이노테크는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2021년 12월 항소심 재판부는 한화의 기술 무단 이용 혐의를 인정하며 SJ이노테크에 1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한화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며 4년을 더 끌다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적극적인 개입과 여론 악화에 밀려 상생협력 체결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당시 상생협력 체결을 두고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 문화 확산의 모범이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었지만, 탐욕적인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본능은 좀처럼 억제되지 않는 모습이다.

한화와 같은 그룹에 속한 한화솔루션은 '모바일 방열 부품 전문 중소기업 CGI에 M&A를 미끼로 접근해 핵심 기술을 빼낸 뒤 자회사를 세워 동종 사업을 벌였다'는 논란으로 4년째 CGI와 분쟁 중이다.

해당 기술 탈취 분쟁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이슈였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한화솔루션 남정운 대표는 "그룹 기본 철학이 정도 경영이고 중소기업과 상생 경영"이라며 기술 탈취 의혹을 부인했다.

남정운 대표는 그러면서도 "(의원들에게) 지적받은 내용을 명심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오히려 한화 측은 최근 국회에 CGI 측과 협상 중단 의사를 전하는 등 상황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CGI 조영수 대표는 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6 기술탈취 중소기업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이 대형 로펌을 끼고 시간 끌기만 하며 피해 중소기업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 및 무소속 김종민 의원과 함께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공익법인 '경청' 장태관 이사장은 "같은 그룹 계열사의 기술 탈취 반복은 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아서"라고 지적했다.

경청 관계자는 "2019년 공식 출범 이후 경청이 지원한 중소기업 기술 침해 사건 중 가해 기업이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전했다.

장태관 이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 발언에 빗대 "기술 탈취 대기업은 패가망신은 아니어도 기둥뿌리 하나 흔들릴 정도 벌은 줘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 또는 합의·조정 금액이 기술을 탈취당한 중소기업의 실제 피해 규모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관련 당국의 전문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통한 엄벌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CGI 외에 엔이씨파워와 티오더, 씨디에스글로벌도 나와 가해 혐의 기업이 자신의 무혐의를 입증케 하는 '입증 책임 전환' 등 기술 탈취 피해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친환경 소각로 설비 기업 엔이씨파워는 SK에코플랜트와, 테이블오더 플랫폼 1위 스타트업 티오더는 KT와, 완전연소 기술 전문 기업 씨디에스글로벌은 국내 1위 죽염 제조사 인산가와 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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