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넘어 'AI 영토'로" 부산, 2026년 AX 대전환 승부수

AX BUSAN 2026 포럼. 부산 CBS

수도권 일극 체제의 가속화와 주력 산업의 노후화.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 마주한 성적표는 냉혹하다. 청년은 떠나고 공장은 멈춰 서며,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 섞인 수식어가 도시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2026년 봄, 부산은 이 절박한 위기감을 혁신의 동력으로 치환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를 AI(인공지능) 기반으로 재편하는 'AX(AI Transformation·AI 전환) 대전환'이 그 실체다.

7일 오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AX BUSAN 2026' 포럼(부산CBS 주최·주관)은 부산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거대한 담론의 장이었다. 항만·물류, 금융, 제조업이라는 부산의 3대 핵심 자산에 AI라는 지능을 이식해, 지리적 한계를 넘어 글로벌 허브로 재도약하겠다는 설계도가 이날 공개됐다.

송혜자 국가인공지능 전략위원회 지역특별위원회 위원장. 부산CBS

부산, 피지컬 AI의 최적지…지역 특화형 '선택과 집중'

첫 연사로 나선 송혜자 국가AI전략위원회 지역특별위원장은 정부의 AI 정책이 전국적 확산을 넘어 '지역별 특화 경쟁력'에 집중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송 위원장은 '5극 3특'(5개 메가시티, 3개 특별자치권) 체제를 중심으로, 각 지역이 강점을 가진 AI 분야에 국가 예산을 우선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밝혔다. 이는 지역의 증명된 역량에 힘을 실어주는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송 위원장은 부산을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를 선도할 최적지로 꼽았다. 그는 "부산의 항만·물류 및 제조 인프라에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결합한다면, 수도권 일변도의 AI 생태계를 다극화할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며 "하드웨어적 자산이 충분한 만큼, 이를 AI 기술과 융합해 실질적인 산업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부산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위원장은 인프라보다 더 결정적인 요소로 '현장의 혁신가'를 지목했다. 아무리 막대한 예산과 설비가 뒷받침되어도 이를 파괴적 혁신으로 이끌 인재가 없다면 지역 AI 생태계는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송 위원장은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 지형을 재설계할 로컬 혁신가들의 등장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정부 역시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지역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는 실무형 인재 양성과 규제 샌드박스 등 혁신가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운동장' 조성에 예산을 우선 배정할 계획이다. 송 위원장은 "부산의 물리적 자산은 충분하다"며, 이를 AI라는 무기로 변환해 세계 시장에 도전할 혁신가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장기문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항만정비과장. 부산 CBS

항만도 'AX 패권 전쟁'…부산항, '시간의 혁명'으로 판도 바꾼다

글로벌 항만 물류의 패러다임이 '규모'에서 '지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장기문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항만과장은 현재를 'AI 전환(AX) 패권 전쟁'의 시대로 규정하며, 중국 칭다오항과 싱가포르 투아스 신항에 맞선 부산항의 '스마트 메가포트' 반격이 시작됐음을 선포했다.

장 과장은 부산항의 진화를 1.0(북항), 2.0(신항)을 넘어 초연결 빅데이터 기반의 '부산항 3.0(진해신항)' 시대로 정의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10%만 높여도 수천억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만큼, 단순 하역 거점을 넘어 데이터 경제의 핵심 플랫폼인 '부산항 4.0'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주목할 모델은 'AX 매뉴팩처링'과 'AX 쿼드라포트'다. AX로 무장한 부산항의 '저스트 인 타임(JIT)' 물류를 부울경 제조 권역과 실시간 연결해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항만·공항·철도·도로를 결합해 콜드체인 및 첨단 수리 조선 등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시너지 발전소'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북극 항로를 통한 'AX 실크로드'는 물류의 '시간 혁명'을 예고한다. 기존 수에즈 운하 대비 거리는 30%, 시간은 열흘 이상 단축돼 비용 절감은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안전 항로를 확보하게 된다.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 부산 CBS

"전통 제조 데이터가 AI의 연료", 피지컬 AI선도 도시로 급부상

부산이 수십 년간 쌓아온 제조 유산을 AI 시대의 '데이터 연료'로 재해석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은 부산을 '피지컬 AI'의 글로벌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신발·조선기자재 제조 데이터를 자산 삼아, 가상 학습 플랫폼과 '피지컬 AI'를 결합해 산업 생태계를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박 국장은 "제조 데이터를 수년간 수집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엔비디아의 가상 학습 플랫폼 '코스모스'를 언급했다. 가상 세계에서 학습한 로봇이 99.7%의 정확도로 현장 협업에 성공한 사례를 바탕으로, 모빌리티와 조선기자재 산업에 지능화 혁신을 이식하겠다는 취지다.

해양 방산과 스마트 항만 분야도 속도를 낸다. 시는 2027년까지 400억 원을 투입해 '온프레미스 AX 실증센터'를 구축하고, 자율주행 트랙터 등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의 자동화 공세에 맞서 초광대역 통신(UWB) 기반 정밀 포지셔닝 기술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신발·수산 가공 등 전통 산업 역시 AI로 활로를 찾는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피지컬 AI'로 해결하고, 글로벌 브랜드 '온러닝'과 협력해 로봇 기반 AI 팩토리를 조성한다. 이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실시간 생산하는 제조 혁명의 시작이 될 전망이다.

부산시는 지상을 넘어 우주 산업으로의 확장 의지도 분명히 했다.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방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 태양광과 고방사선 내성 반도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전력 반도체 특화 도시의 강점을 살려 해양과 우주를 잇는 미래 100년 먹거리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신신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인공지능데이터본부장. 부산CBS

"국가 AI 고속도로로 공공 AX 시대 연다"

공공 영역의 체질 개선을 주도할 국가적 인프라 전략도 공개됐다. 신신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본부장은 '국가 AI 고속도로' 구축을 통한 공공 AX의 가속화와 '모두의 AI' 사회 구현을 역설했다.

신 본부장은 첨단 GPU 중심의 컴퓨팅 파워, 초연결 6G 네트워크, 양질의 데이터가 결합된 인프라 구상을 구체화했다. 특히 기업이 AI 학습용 데이터를 구매·가공하는 비용을 R&D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고, 공공 저작물을 AI가 즉각 학습할 수 있는 'AI 레디(Ready) 데이터' 체계로 개방해 활용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신 본부장은 "미래의 AI 정부는 인간과 AI가 협업하며 행정은 투명하고 신속한 '초투명 정부'가 목표"라며, 민원 돕는 AI 에이전트처럼 현장의 필요가 AX의 진정한 동력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윤석완 EY한영 금융AI센터 부센터장. 부산CBS

금융 AX, '보이지 않는 조력자'가 뜬다

포럼의 마지막 연사로 나선 윤석완 EY한영 금융AI센터 부센터장은 금융권의 AI 도입이 단순한 기술 채택을 넘어 '업무의 본질적 전환'에 도약했음을 강조했다. 과거 AI를 단순한 '스마트 엔진'으로 오해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시행착오를 지나, 이제는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정교하게 정비해 실질적인 업무 효율과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는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윤 센터장은 금융 AX의 핵심 키워드로 'AI 에이전트'를 꼽았다. 이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복잡한 금융 업무를 스스로 처리해 직원의 시간을 확보해주는 개념이다. 특히 부산의 특화 산업인 해양 분야와의 금융 결합 모델이 눈길을 끌었다. AI가 실시간 물동량과 어획량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의 리스크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대출 금리와 정책 자금을 선제적으로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윤 센터장은 "AI가 리포트를 작성하고 금리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사이, 금융 전문가는 고객과 마주 앉아 더 깊이 있는 신뢰 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의 'BNK부산은행 지점' 청사진도 공개했다. 높은 카운터가 사라진 카페 같은 공간에서 AI 컨시어지가 고객을 맞이하고, 직원은 AI가 분석한 개인별 맞춤형 자산 관리 리포트를 토대로 심층 상담을 제공하는 모습이다.

AX BUSAN 2026. 부산CBS

"AX 부산, 경계를 넘어라", 산·학·관 협력과 인재 양성이 핵심

정석찬 동의대 인공지능그랜드ICT연구센터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 토론에서는 'AX 부산, 경계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열띤 논의가 펼쳐졌다. 토론자들은 부산이 AX 선도 도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행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산업계와 학계의 긴밀한 데이터 공유와 인재 양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또, 영세 제조업의 AI 대비책부터 공공기관 도입 시의 책임 소재 문제까지 실질적인 생존 전략을 묻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쏟아냈다. 특히 항만·제조 현장의 노후 인프라 한계 극복 방안과 고용 감소 우려에 대한 대책 등 AX 전환 과정에서 마주할 현실적인 난제들에 대해 심도 있는 질의와 답변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김경덕 부산시 행정부시장, 공두표 해양수산부 항만국장 등 관가 인사와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김성주 부산은행장 등 지역 금융권 수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행사 시작 전부터 사전 등록 인원을 훌쩍 넘어선 인파 200여명이 몰려 좌석을 가득 메웠다. 특히 취업을 앞두고 지역 산업의 변화를 살피러 온 대학생들부터,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에서 생존 전략을 찾으려는 중소기업 CEO들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참석해 AX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시도도 돋보였다. CBS 노컷뉴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된 이번 포럼은 온라인 시청자들의 질문을 패널 토론에 즉석 반영하며 쌍방향 소통을 이끌어냈다. 부산CBS 안성용 대표는 "오늘 나눈 담론들이 부산의 산업 지형을 바꾸는 실질적인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67년의 신뢰를 바탕으로 변화의 선봉에 선 부산CBS가 이번 담론이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거대한 혁신의 물결을 일으키는 실질적인 동력이 될 수 있도록 'AX 선도 도시 부산'의 여정에 끝까지 동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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