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가 해부한 욕망의 도시 파리…'사교계의 영광과 비참' 국내 첫 완역

욕망·돈·권력 뒤엉킨 파리 사교계의 잔혹한 진실

한 청년이 있다. 몰락한 집안, 실패한 인생, 그리고 더는 돌아갈 곳 없는 상황. 그는 결국 한 선택을 한다. 자신의 영혼을 팔고, 대신 성공을 얻기로. 오노레 드 발자크의 장편소설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은 바로 이 위험한 거래에서 시작된다.
 
국내에 처음 완역된 이번 작품은 프랑스 문학 거장 발자크가 평생에 걸쳐 구축한 '인간극' 세계관의 정점에 해당하는 만년의 대작이다. 273명의 인물과 수십 편의 전작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서사의 결말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미모와 야망을 동시에 지닌 청년 뤼시앵이 있다. 그는 한때 몰락을 경험하고 죽음을 고민할 만큼 절망에 빠지지만, 정체를 숨긴 인물 카를로스 에레라(본명 자크 콜랭, 일명 보트랭)를 만나면서 인생이 뒤바뀐다.

에레라는 뤼시앵에게 부와 권력, 출세를 약속한다. 조건은 단 하나, 자신의 의지와 영혼을 내맡기는 것. 이른바 '파우스트식 계약'이다.

이 거래 이후 뤼시앵은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된다. 그는 파리 사교계에 화려하게 복귀해 귀족 사회의 중심으로 파고든다. 후작 작위를 눈앞에 두고, 유력 가문의 사위가 될 기회까지 잡으며 성공 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이 모든 화려함의 기반은 '돈', 그것도 범죄 자금이다.

오노레 드 발자크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뤼시앵의 성공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장치로 등장하는 인물이 에스테르다. 과거 창녀였던 그녀는 '갱생'이라는 이름 아래 뤼시앵의 곁에 배치된다. 하지만 이 계획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흔들린다. 파리 금융계의 거물 뉘싱겐 남작이 에스테르에게 집착적인 사랑을 품게 된 것이다.

에레라와 뤼시앵은 이를 이용해 거대한 돈을 끌어들이려 한다. 사랑, 욕망, 돈이 뒤엉킨 이 음모는 점점 더 커지고, 결국 파리 사회 전체를 흔드는 사건으로 번져간다.

소설은 이 지점에서 방향을 바꾼다. 화려한 사교계의 이야기는 점차 범죄와 수사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에스테르의 비극적 죽음 이후, 이야기는 감옥과 법정으로 무대를 옮기며 '범죄와 사법의 대결'로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인간 욕망의 본질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사랑을 좇는 듯 보이지만, 그 실체는 명예, 권력, 출세, 그리고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망이다. 그리고 그 모든 욕망의 중심에는 결국 '돈'이 놓여 있다.

발자크는 이 작품에서 19세기 파리를 지배한 자본주의 질서를 냉혹하게 해부한다. 귀족, 금융가, 범죄자, 창녀까지 계층을 가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파는 사회"를 그려낸다.

특히 이 소설은 단순한 연애나 성공 서사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욕망에 의해 움직이고 타락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동시에 범죄와 법, 권력과 사회 구조까지 입체적으로 엮어내며 거대한 사회소설로 완성된다.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 이철의 옮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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