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처벌 못하는 '보복 대행'?…경찰, 범죄단체죄 적용

대부분 주거침입·재물손괴 등 혐의로 수사
보복범죄 혐의는 형사사건 관련 한정
텔레그램 사용해 신분·자금 은폐 용이
경찰, 범죄단체죄 적용…"전담팀 추적"


보복 대행 범죄가 성행하지만 정작 수사는 주거침입·재물손괴 등 죄질에 비해 처벌이 가벼운 혐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개인적 원한으로 저지른 보복성 범죄를 처벌하는 법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찰은 일부 보복 대행 조직원들을 구속하면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경찰이 보복 대행 범죄를 수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주거침입 △재물손괴 △협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 양천경찰서와 경기 의왕경찰서, 화성 동탄경찰서 등 각기 다른 지역에서 수사가 이뤄졌지만, 범행 양태는 거의 유사했다. 피해자와 일면식 없는 피의자가 금전적 대가를 받고 사적 보복을 대행한 것이다. 현관문 앞에 오물을 뿌리거나 래커칠을 하고, 명예훼손성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살포하는 식이다.
 
이들 범행은 개인적인 원한을 배경으로 보복을 대행하는 범죄이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현행 특가법은 형사사건 수사나 재판과 관련해 고소인, 피해자, 증인 등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복 대행 범죄가 대부분 피해자와 직접적인 접촉 없이 벌어진다는 점도 처벌 형량을 낮추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보복 대행 범죄가 살인, 폭행 등 신체적 훼손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과거 흥신소가 하던 일이 텔레그램 등 온라인으로 넘어온 모습이다. 신분이나 자금 은폐 쉬워 수사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라면서 "재물손괴나 주거침입, 명예훼손 등 혐의별 형량을 최대한 높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복 대행 범죄를 경합범(여러 가지 죄를 저지른 경우)으로 가중처벌하면 형량이 무거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양천경찰서가 구속 송치한 사건의 경우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된 점이 눈에 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징역 4년 이상, 최대 사형까지 처하는 중범죄다. 경찰은 보복 대행 범행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배달앱에서 빼내 제공한 대가로 수천만 원의 돈이 오간 정황을 잡았다고 한다.
 
경찰은 서울 양천서에 보복 대행 범죄 전담팀을 꾸리고 사이버수사대 전문가 등을 배치해 집중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 범행이 익명성이 강한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연결망을 구축하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면서 개인정보 탈취와 협박을 한다는 점에서 2020년 성착취물 제작·유포 사건 '박사방'과 유사한 구조라고 보고 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보복 대행 업체가) 수사 대응을 준비한다는데 (경찰은) 수사 경험이 있고 다 알고 있다. 이런 형태 범죄를 저질러도 결국 다 잡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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