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66건 중 13건만 검찰 제출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이 최근 국회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위에 보고한 문건에는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균형 있게 볼 수 있는 내부 자료들이 누락됐다"는 내용이 담겼다.해당 문건에는 2023년 초 뒤숭숭했던 국정원 내부 상황이 포함됐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잇따라 기소된 뒤에도 검찰이 수사 협조를 요구하고 나선 때였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에서 파견된 유도윤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2기)는 국정원 감찰 부서장을 맡으며, 북한 첩보 수집 부서가 검찰에 제출했던 보고서 66건의 원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 가운데 13건을 특정한 뒤 압수수색 대비 신원정보를 가리는 '비닉' 조치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수원지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13건만 확보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국회 정보위 여당 의원들이 지난해 6월 이종석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대북송금 수사 자료 지원 문제와 관련한 특별감사를 요구한 뒤, 국정원이 실시한 감사에서 드러났다.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다?
추가 발견된 보고서 중에는 북한 공작원 리호남의 행적을 담은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국정원은 "리호남이 2019년 7월 필리핀을 방문하지 않은 정보가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리호남은 7월 22~24일 제3국에 체류한 뒤 24~26일 본인 명의 여권으로 이동했으며 이후 다시 다른 제3국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성태 전 회장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호남을 만나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방북 비용 70만 달러를 건넸다는 검찰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국정원은 또 리호남이 이보다 앞선 2019년 5월 수술을 받았다는 정황도 파악하고 있었으나 해당 자료 역시 검찰에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리호남의 필리핀 입국 여부는 검찰 공소를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 중 하나에 불과하며, 야권에서는 국정원 정보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지난 3일 국조특위에서 "리호남이 필리핀에 방문하지 않았다는 정보는 작성자가 확인하지 못했을 뿐 그 자체로 무엇이 증명되지는 않는다"며 "간첩 대장인 그가 다른 사람의 여권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료를 사전에 선별한 정황에 비춰, 검찰이 정적 제거에 치중한 나머지 실체적 진실 규명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은 "검찰이 주장해 온 대북송금의 핵심 전제들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며 "결국 이 사건은 송금은 없고, 진술 회유와 조작으로 기소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