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끝에 새겨진 600개의 기도…한 목회자의 3년 '성전 순례기'

펜과 선으로 기록한 전북특별자치도 선교 역
교회 600곳에 담긴 기도…목회자의 3년 여정
1700명 이름이 이룬 형상…은혜 머무는 전시

전주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 전시장 전경. 스케치북과 펜 드로잉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최화랑 기자

전북 전주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 전시실에 들어서면, 한쪽에 가지런히 놓인 스케치북 30권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맞은편 벽면에는 대표 작품들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펜과 선으로만 완성된 교회들이 공간을 채우고,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춘다.
 
가까이 다가서면 선의 밀도가 다르다. 손의 떨림이 고스란히 남은 초기작부터, 40분 만에 완성됐다는 최근작까지. 600여 점에 이르는 이 펜 드로잉은 한 목회자가 3년 동안 전국을 누비며 기록한 '성전 순례기'다.
 
작품의 주인공은 전주 팔복산교회 임현희 목사.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독학 작가다.
 
임 목사는 "처음에는 한 작품에 2~3시간씩 걸렸지만, 지금은 40분이면 완성한다"며 "선 하나하나가 기도라는 마음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그가 그린 것은 건물이 아니라 '성전'이다. 임 목사는 이를 "주님의 보혈로 세워진 공간"이라고 표현한다. 펜으로 이어진 선은 기도가 되고, 여백은 은혜로 남는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자신의 교회가 그려진 작품을 본 이들이 감동을 전하며 자발적으로 전시를 알리고 있다.

임현희 목사가 처음 스케치북에 그린 작품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최화랑 기자
 
한쪽에 마련된 특별 코너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오래 붙잡는다. 예수님의 형상을 펜과 선으로 표현한 작품 안에는 예수병원 직원 1700명의 이름이 빼곡히 담겨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모여 하나의 형상을 이루는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은 한참을 머문다.

임 목사는 "성도들이 자신의 교회를 막연하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획 한 획 그려 선물하면 그제야 성전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은 목회의 마무리를 앞둔 시점에서 시작됐다. 사역의 긴 여정 속에서 찾아온 공백의 시간, 우연히 접한 영상 하나가 계기가 됐다.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교회를 찾아가고, 그리고, 다시 선물하는 과정이 제게 큰 힘이 됐습니다."
 
작품 속 교회들은 일정한 기준을 따라 선정됐다. 자신이 속한 교단 노회의 교회들을 중심으로 시작해, 부흥회와 세미나, 총회에서 만난 교회들로 이어졌다. 입소문이 퍼지며 자연스럽게 600곳으로 늘어났다.
 
전시는 세 가지 흐름으로 구성됐다. 초기 선교의 발걸음을 담은 '밀알의 시작', 복음의 열매를 보여주는 '밀알의 결실', 그리고 은혜의 흐름을 표현한 '복음의 심장'이다.
 
특별 코너에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주제로 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됐다. 무겁게 내려앉던 선이 점차 가볍고 힘차게 뻗어 나가며, 부활의 기쁨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임 목사는 가장 애정하는 작품으로 자신이 섬기는 교회를 꼽았다. 그러나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는 예수병원 직원들의 이름을 담은 작품을 언급했다.

임현희 목사가 예수병원 직원 1700명의 이름을 담아 완성한 예수 형상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최화랑 기자
 
"직원들의 헌신이 은혜로 다가왔습니다. 그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3년의 시간 동안, 그는 저녁 시간을 쪼개 펜을 들었다. 목회와 병행한 작업이었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사명이 됐다. "제가 그린 것은 건물이 아니라,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의 눈물과 그 열매였습니다."
 
전시는 오는 12일까지 이어진다. 전북특별자치도 선교의 시간이 펜과 선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
 
이 전시는 스쳐 지나가는 관람을 넘어, 우리에게 전해진 선교의 흔적을 다시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그 모든 이야기를 품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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