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의 한밤. 평범했던 술자리는 한순간에 지옥으로 바뀐다. 누군가 갑자기 사람을 물어뜯고, 그 광경은 문이 열리자마자 거리로 번져나간다.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나선 앵커와 그의 딸은 그 한복판에 놓인다.
이 짧은 파국의 시작은 곧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감염자는 괴물인가, 아니면 치료 가능한 인간인가.
연상호 감독과 전건우 작가가 공동 집필한 신작 소설 '닥터 아포칼립스'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영화 '부산행'과 '지옥'으로 재난 서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온 연상호 감독과 호러·스릴러 장르에서 꾸준히 세계관을 구축해온 전건우 작가의 만남은 출간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두 창작자는 이번 작품에서 '서울 한복판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라는 설정을 통해 메디컬 스릴러와 아포칼립스를 결합했다.
작품은 감염 사태에 휘말린 앵커 강서희와 딸, 그리고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두 의사의 대립을 축으로 전개된다. 낙후된 병원, 제한된 시간, 통제된 도시라는 극한의 조건 속에서 인물들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특히 주인공이 '기자'라는 설정은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한다.
서희는 딸을 살리기 위해 감염 현장을 생중계하기로 결단한다. 이 선택은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미디어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소설은 이처럼 빠른 전개와 긴박한 상황을 통해 독자를 끌어들이면서도, 단순한 재난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감염자를 둘러싼 논쟁, 치료 가능성에 대한 갈등, 그리고 의료 시스템과 사회적 판단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인간됨'에 대한 문제 제기다. 감염된 존재를 배제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치료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작품은 이 질문을 통해 한국 사회의 편견과 선택의 구조를 정면으로 비춘다.
연상호 감독은 "대재앙 속에서 더 선명해지는 인간의 본성에 주목했다"고 밝혔고, 전건우 작가는 "묵직한 질문조차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장르적 재미를 앞세운 '닥터 아포칼립스'는 무너진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연상호·전건우 지음 | 와우포인트 퍼블리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