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보다 싼 돼지…'中 국민의 고기'에 무슨 일이[베이징 노트]

2018년 돼지열병 이후 거대 스마트농장 '우후죽순'
공급 부족은 해결했지만 이제는 공급 과잉이 문제
1kg에 2370원, 야채보다 저렴…업계는 손실 커져
다급한 中, 강제 감산 조치…당장 효과는 어려울 듯

중국의 돼지 축사. 연합뉴스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국민의 고기'라 할 정도로 식탁의 한 켠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병한 영향으로 소비가 잠깐 줄었다가 금세 회복했다.

중국인 연간 1인당 먹는 돼지고기 양은 조금씩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40kg를 넘는다. 가공육에 들어가는 고기도 포함해서다.

하지만 이런 돼지고기의 가격 하락이 최근 들어 심상치 않다.

1일 중국 농업농촌부 자료를 보면, 3월 넷째 주 전국 생돈 평균 가격은 kg당 10.68위안(약 2370원)으로 전주 대비 3.3%, 전년 동기 대비 29.8% 하락했다.

이미 전주에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한 주 후 낙폭이 더 커진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랴오닝성 선양의 한 시장에서 돼지고기가 할인가로 판매되는 피망·생강·마늘 등 야채보다 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양돈 업계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내몰렸다.

사실 이런 가격 하락 추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돼지고기 소비자 가격은 2021년 1월 36위안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같은 해 10월 10.5위안으로 곤두박질쳤다. 2022년 이후에는 15~19위안 사이에서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여기서 눈여겨볼 시점은 2021년이다. 이때는 ASF 발병 이후 살처분 등으로 부족했던 공급이 회복되던 시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공급이 회복된 게 아니라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초대형 스마트 농장을 통해서다.

중국 정부도 '국민의 고기'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대량 생산 체제를 적극 지원했다.

이들 농장은 ASF 영향으로 전통적인 소형 농가들이 몰락해 떠난 자리를 최신 설비를 내세워 장악해갔다. 초대형 스마트 농장은 방역에 유리할 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센서, 카메라 등을 활용해 사육 과정과 환경 관리를 자동화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세계 최대 돼지농장인 후난성 어저우시 '26층 돼지 호텔'은 연간 120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할 수 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에는 최대 생산량(3020만 톤)을 기록하기도 했다.

춘절 이후 비수기의 영향도 있지만, 공급 과잉을 가장 큰 이유로 지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3월 들어 일부 지역의 도축 계획량은 전월 대비 40% 이상 늘었고, 여기에 도축 시기를 놓친 대형돈(규격 외 돼지)도 시장에 나오면서 공급 과잉을 부추겼다.

생산 효율이 너무 좋아지다 보니 모돈(母豚) 1마리당 연간 생산 가능한 새끼 돼지 수가 매년 0.7마리씩 증가하고 있다.

초대형 스마트팜은 사육 환경도 문제로 지적됐다. 좁은 공간에서 살찌우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로 고기 품질이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점차 닭이나 소고기 등 대체 고기를 찾게 된 것도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무원 참사실 특약 연구원이었던 야오징위안은 "산업형 농가의 비중이 너무 크다"며 "이러한 시설들이 중국 돼지고기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품질까지 떨어뜨리며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것이 비수기 시장 부담을 더욱 키웠다"고 진단했다.

이에 중국 정부도 '1급 경보'를 발령하고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모돈 사육 목표치를 기존 3900만 두에서 3650만 두로 6.4% 하향 조정했고, 연간 도축량 목표치도 낮췄다. 기존에는 권고 사항이었지만 3월부터는 행정력을 동원해 강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감산 조치가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는 없어 당분간 가격 하락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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