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복귀 위한 RIA 일주일, 환율이 발목잡는다

5개 증권사 기준 RIA 계좌 합산 가입자 수 4만 돌파
미국 증시 횡보, 코스피 급등락 반복
"당장은 서학개미 유턴"…4월 배당 송금도 변수


해외주식 투자 자금을 국내로 유도하고 환율 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가 출시된 지 1주일여가 지났다.
 
그러나 출시 전후 중동전쟁 등으로 환율이 치솟고 원화 가치 약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 시장 역시 변동을 반복하는 탓에 당장은 빛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RIA 효과의 전제가 코스피 시장의 안정적 우상향인 만큼, 중동전쟁과 환율 문제, 국내 기업들의 4월 대대적인 배당이 앞으로의 '서학개미 복귀'에 중요한 변수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5개 증권사에 약 3천억 원…서학개미 '일부' 돌아왔다

2일 국내 5개 대형 증권사(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 증권사를 통한 RIA 가입 건수는 약 4만 4천여 개, 계좌 잔고는 약 284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출시돼 약 1주 만에 3천억 원에 가까운 '귀환'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들 5개사를 기준으로 하면 계좌 1개당 646만 원가량의 잔고를 보유한 꼴로 계산된다.
 
RIA는 해외 주식을 매도한 뒤 이를 입고해 국내 자산에 재투자하고, 이를 1년 이상 유지할 경우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를 감면(개인당 최대 5천만 원 한도)받을 수 있게 하는 계좌다.
 
매도 시점에 따라 양도세 공제율이 달라지는데, 오는 5월 31일까지는 100%, 7월 31일까지는 80%, 연말까지는 50%다.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의 계좌 수가 약 5만 7천 개에 이르는 것으로도 전해지는 만큼, RIA 계좌의 초반 가입자 유치 기류는 비교적 괜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문제는 대내외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여러 증권사의 몫을 합산해 보면 초반 반응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계좌 자체뿐만 아니라 잔액이 얼마가 있고, 이 잔액이 국내 시장에 앞으로 얼마나 재투자될지도 중요한데 대내외 문제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인이자 결과인 '환율'…이번달 배당 송금도 주요 변수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시민이 환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RIA 출시 전후 최근 국내외 상황이 이러한 '서학개미'들의 귀환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세대 경제학부 김정식 명예교수는 "중동전쟁이 지지부진하게 출구를 찾지 못해 앞으로도 환율이 계속 올라간다면 투자자로선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우리 주식은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경우에 따라 미국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스피시장은 지난달 31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지난달 전체 19.08% 하락했고, 전날 강한 반등세에도 공포심리는 여전한 상태다.
 
김 교수는 "RIA 설계 당시엔 예측할 수도 없었고, 현재로서도 대응하기 쉽지 않은 중동전쟁이란 변수가 있는 한 당분간은 예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RIA 잔고액이 예상한 규모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투자자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증시가 횡보세인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팔기가 부담스러운 만큼, 주식을 보유한 채 더 기다려 보려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달 배당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원화 배당금을 달러로 환전해 송금하는 배당 송금과 이후 매도로 인한 환율 상승 압박이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강현주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해외주식 투자 금액이 전년 대비 150억 달러나 급증한 데 비하면 2억 달러 안팎의 귀환 규모는 크다고 볼 수 없지만, 양도세 공제율 100%가 적용되는 5월까지 아직 판단은 이르다"며 "코스피 시장에선 이번 달 기업들의 배당 송금 이후 외국인들의 매도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RIA는 환율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환율 안정에 따른 국내 증시 안정 자체가 서학개미들의 유턴에 중요한 전제이기도 하다"며 환율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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