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걸프 동맹국들의 공식적 거부에도 불구하고 이란 공격을 감행한 사실은 주한미군의 기지 운용과 전략적 유연성에도 큰 정책적 시사점을 준다는 국책연구기관의 평가가 나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권보람 연구위원은 지난달 발표한 '미국의 이란 공격이 한미동맹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위원은 "초기 미국의 역내 군사력 증강이 직면한 도전 요인 중 하나는 걸프 국가들의 소극적, 비협조적 태도였다"며 "걸프 국가들은 자국 영토나 영공이 이란에 대한 공격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접근 거부 입장을 워싱턴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공격적인 미군 자산을 수용하는 모든 군사기지를 합법적인 타격 목표로 간주하겠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했기 때문에 이들은 이란의 직접적인 보복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전역에 패트리어트 및 사드 포대를 추가 배치해 다층적 미사일방어 체계를 구축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1월 14일 이란 측에 자국의 영공이나 영토가 공격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직접 통보했으며, 이 메시지는 1월 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 의해 재차 강조됐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 거부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지원자산을 증편해 2월 25일 현재 6대의 E-3G 센트리 조기경보기와 최소 15대의 KC-135 공중급유기가 배치된 것으로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권 위원은 그러나, UAE가 막상 이란의 보복공격을 받자 중립 노선을 폐기하고 자위권 차원에서 아랍 국가들이 행동할 것을 강력 촉구한 것 등을 예로 들며 "그 외 걸프 국가들이 미국에 작전적으로 순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라고 서술했다.
그는 "미국의 이란 공격 전후의 상황은 주둔국의 동의가 있으면 외교적으로 매끄럽지만, 동의가 없다고 해서 미국의 전략적 목표 달성이 중단되지 않음을 확인시켜 줬다"면서 "수십 년간 지속된 무기체계 하드웨어와 인프라 의존성 때문에 미국이 전쟁을 결심할 경우 중동이든 아시아든 동맹국 및 파트너국은 이미 작전적으로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권 위원은 미국의 이런 행동은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규정된 미국의 '(한국 내 군사력을) 배치할 권리'(right to dispose) 해석과 한국의 '상호 합의'(mutual agreement) 해석 사이에 시각 차이가 존재함을 언급했다.
그는 "워싱턴이 전자를 글로벌 전략적 필요에 따라 미군의 전력구조와 임무를 결정할 수 있는 포괄적인 권한으로 간주해왔다면, 서울은 후자가 새로운 무기체계의 도입이나 전력을 중국, 대만 등 지역분쟁으로 전용하기 전에 구체적인 사전 협의와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풀이했다.
2017년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주둔국 내부와 지역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군사적 역량을 전개한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그는 또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한미 간 소통방식, 주한미군의 전력 증강와 기지 운용, 전략적 유연성에 주는 함의가 적지 않다"면서 지난 2월 주한미군의 대규모 서해 공중훈련을 거론했다.
그는 "2006년 합의된 '전략적 유연성' 교리는 주한미군이 한국 국민의 의사에 반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존중한다고 명시했지만, 이는 미군의 전력 이동 자체를 제한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미중 충돌 시) 직접적인 참전을 거부하더라도 미군이 한국 기지에서 출격하는 순간, 해당 기지는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정당한 타격 목표가 된다"며 "중국이 미군의 제공권 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 내 기지를 선제 타격할 경우, 한국은 의사와 상관없이 전쟁에 연루되게 된다"는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를 일례로 들었다.
권 위원은 정책적 대응 방향으로 △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사전 협의 절차를 명확히 규정할 것 △역내 위기 시 한미 간 역할분담을 사전에 조율할 것 △급유나 비전투원 후송 등 후방지원 중심 역할 설정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