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3高'의 공포, 車들이 사라진다

고유가·고물가·고환율, 국내 경제 직격탄
26.2조 전쟁 추경, 위기 극복 목표 달성 총력

연합뉴스

도로에서 차량들이 사라졌다. 평소 40~50분 걸리던 출근길이 20여 분으로 줄었다. 기름값 급등 때문일 것이다. 서울 평균 휘발유값은 리터당 2천원이 눈앞이다. 공공 차량 5부제가 민간으로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생활로 들어왔다.
 
다음달 유류 할증료 인상을 피하려는 항공권 선(先)발권부터 종량제 봉투 등 생필품 사재기 움직임까지, 국민 살림 전반으로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일반 비닐봉투로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비상 조치가 내려졌다. 
 
전세버스들은 주차장에서 하릴없이 놀고 있는데 정부의 유가 보조금 지원책은 예산 문제로 여의치 않다. 화물차와 배달 업계도 아우성이다. 기름값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보니 일을 그만두는 라이더들도 늘고 있다.
 
산업계는 이미 초비상이다. 나프타, 에틸렌, 폴리프로필렌, ABS플라스틱 등 핵심 원료·소재의 공급 불안으로 석유화학, 자동차 등 산업계는 가격 상승을 넘어 자칫 가동 중단 도미노가 시작될 판이다. 항공업계는 수익성 낮은 노선의 운항 중단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감히 꿈도 못 꾸던 코스피지수 6천 고지를 밟으며 광속 질주하던 주식시장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부동산을 대체하는 투자 수단으로 부상했지만 이제는 5천선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에 원달러 환율은 1530원선까지 뚫렸다. 31일 외국인은 9거래일 연속 대규모 매도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20조원을 팔아 치웠다. 국내 증시에선 신중론을 넘어 거품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협상과 협박을 병행하면서 이달 중 종전을 시사하고 있다. 그가 개전 당시 예상했던 6주차가 되는 다음 주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도 유가 정상화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 기간 동안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모른다. 정부는 31일 26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고유가 대응, 민생 안정, 산업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이 목표이다. 국민 3580만명에게는 총 4조8천억원을 1인당 10만~60만 원까지 차등 지급한다.
 
정부는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으로 지칭했다. 3고(高)에 고금리 우려까지 어른거린다. 불가피한 추경이 정부의 의도대로 경제 위기를 헤쳐가는 시의적절한 연료가 되기를 바란다. 혹시나 환율, 물가를 더 자극하는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도록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눈을 부릅뜨고 시장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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