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美-이란 전쟁 한 달, 중국이 잘 버티는 이유

[강성웅의 글로벌 포커스]
中 에너지 비상에도 "동남아 돕겠다"
에너지 자급률 中 85%, 韓 19%
中 에너지 소비서 석유 18% 그쳐
"美, 상륙 공격 나서면 장기전 수렁"
미군 중동 집결, 동아시아 공백 우려

중국은 국내 소비 원유의 30%를 자국에서 생산한다. 사진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타클라마칸 사막에 있는 선디타커 1호 시추정(深地塔科1井).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석유그룹은 이곳의 지하 1만 910 m 깊이에서 석유와 가스의 징후를 발견했으며, 세계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중국석유그룹(CNPC) 홈페이지 캡처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각국이 비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동남아 일부 국가는 에너지 가격 동결뿐 아니라 공무원 단축 근무까지 실시하고 있다.
 
중국도 지난 23일 자정부터 휘발유와 경유의 소매 가격 통제에 들어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이 유류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은 지난 2013년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앞서 전쟁 초기인 3월 초 중국 국무원 발전개혁위원회는 디젤유, 휘발유, 항공유 등의 수출을 즉각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은 비료도 수출 통제 품목에 포함시켰다. 비료가 천연가스를 원료로 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중국도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지만,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에는 에너지 안보 문제를 위한 협력을 제안했다. 사진은 지난 3월 17일 징촨(井泉)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오른쪽)가 샤론 가린 필리핀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는 모습.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에너지 위기 극복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해 눈길을 끈다.
 
외교부 린젠(林剑) 대변인은 지난 19일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 및 조율을 강화하고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함께 해결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필리핀 주재 징촨(井泉) 중국 대사는 지난 17일, 중국이 필리핀에는 비료 수출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기존 계약에 따른 수출은 계속하겠다고, 프란시스코 티우로렐 필리핀 농업부 장관에게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촨 대사는 이날 샤론 가린 필리핀 에너지부 장관도 별도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 직후 필리핀 에너지부도 중국과 에너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런 움직임이 "남중국해 해양 권리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간의 갈등을 뛰어넘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중국도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렸지만,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을 도와줄 여유는 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은 수용하지 않았다. 거꾸로 미국을 겨냥해 군사작전의 중단을 요구했다.  
 
중동발 유가 급등으로 상품 생산과 물류에 부담이 되지만, 섣불리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는 않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 중국석화(中国石油化工集团, SINOPEC) 허난(河南) 유전의 석유 채굴 모습. 중국석화 홈페이지 캡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도 중국이 이 정도 대응 여력을 갖고 있는 데는 이란의 특별 대우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란은 중국과 인도 등의 유조선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하는 8개국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이란과의 특수관계에 따른 혜택이 중국이 중동발 에너지 비상 사태를 잘 버티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중국이 원유 의존도를 줄이고, 수입 국가를 분산함으로써 위기에 대비해 온 것도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윈 쑨(Yun Sun) 중국 담당 국장은, 중국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원유의 비중이 18.2%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How Does the Iran War Affect China's Energy Security? 2026년 3월 17일, 「 War on the Rocks 」)

2025년 중국의 에너지 소비에서 석탄 비중이 51.4%다. 이어 전기를 비롯한 비화석 연료 21.7%, 원유 18.2%, 천연가스 8% 순서다.
 
비화석 연료에는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에너지 자급률은 85%다. 한국의 19%, 일본의 12%보다 훨씬 높다. 사진은 세계 최대 태양광 업체인 중국 룽지뤼넝(隆基綠能, Longi)의 산시(陕西)성 퉁촨(铜川)시에 있는 태양광 발전소. 룽지뤼넝 홈페이지 캡처

여기다 중국은 원유의 30%를 자국 안에서 생산한다. 이렇게 해서 중국의 에너지자급률은 85%에 이른다.
 
한국의 에너지자급률은 19%, 일본은 12% 정도다. 국제 유가가 급등해도 중국이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는 구조다.
 
쑨 국장은 에너지 자급률 제고 뿐 아니라 "중국이 원유 수입국을 분산한 것도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도입한다. 전체 수입 원유의 17.4%를 차지한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14.9%, 이란 13%, 이라크 11.2%, UAE 6.4%, 오만 6.1%, 쿠웨이트 3.3%, 카타르 1.3%로 나누어져 있다. 
 
물론 여전히 중동산이 가장 많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길어 지면 중국도 타격을 피할 수는 없다. 
 
가뜩이나 지금 중국 경제는 소비 침체와 지방 정부의 재정난, 과잉생산 부작용 등으로 활력이 떨어진 상태다.
 
윈 쑨 국장은 해협 봉쇄가 대략 3개월 이상 길어져 원유 도입에 차질이 생긴다면, 중국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 자급률의 측면에서 중국의 위기 대비는 한국, 일본뿐 아니라 다른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보다 훨씬 잘 돼 있다. 
 
여기다 이란이 제공하는 특혜를 감안하면,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통제되더라도 미국 또는 미국의 동맹국들보다 급하지 않은 편이다.
 
러시아와 이란 등에서 헐값으로 사들여 비축해 놓은 원유, 그리고 주변국과 연결된 송유관도 중국의 에너지 위기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 사세보(佐世保)항이 모항인 미국의 강습상륙용 트리폴리함이 3월 27일 중동 해역에 도착했다. 사진은 도착 당시 트리폴리함에 탑승한 미군들의 모습.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 SNS 엑스(X) 캡처

에너지 문제가 일정 범위내에서 관리가 가능해진다면, 중국에는 이번 전쟁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남중국해와 대만 부근에 배치돼 있던 미군 병력과 군사 자산들이 점차 중동으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미국은 이란 공격 준비를 위해 서태평양에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빼내 중동의 아라비아해로 이동시켰다.
 
최근 미국은 남중국해 상공에 대한 정찰 비행도 30%나 줄였다.(South China Morning Post, 2026년 3월 3일)
 
중국 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군의 지상 기반 정찰기가 72번 탐지됐다. 각각 102번이었던 직전 2달보다 크게 감소했다.
 
일본 사세보가 모항인 미국의 강습상륙용 트리폴리함도 최근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 도착했다. 해병 및 해군 병력 3천 500명도 함께 빠져나갔다.
 
미국은 앞서 전쟁 개시 직후 한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와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도 서둘러 중동으로 떼어갔다.
 
중국이 그토록 바라던 서태평양 지역 미군의 철수를 미국이 알아서 척척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군의 폭격을 받은 이란의 쿠에 바르자말리(Kuh-E Barjamali) 단거리 탄도 미사일 조립 시설의 모습. 오른쪽이 폭격 이후의 모습이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 홈페이지 캡처

이런 추세로 볼 때, 미국의 이란 공격이 애초부터 중국을 염두에 두고 감행된 것이라는 일부 주장도 설득력이 약해진다.
 
미국 허드슨연구소는 지난 3월 1일 '이란에 대한 공격은 전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The Iran Strike Is All About China)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지네브 리보우아 (Zineb Riboua)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이 글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이 중국과의 더 큰 전쟁의 서막"이라고 규정했다.
 
즉, 미국이 태평양에 집중하기 위해 중동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이란을 먼저 공격했다는 논리다.
 
리보우아 연구원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한 것처럼 이란에 과도정부를 세우고 중국과의 협력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너무 낙관적이다. 미국의 첨단 군사력을 과신해 이란의 전쟁 지속 능력을 쉽게 본 것이다.

2026년 3월 27~28일에 미국과 이란 두 진영이 주고받은 미사일 및 드론 공격. 붉은색 동그라미와 네모 표시가 각각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민병대의 공격 지점이다. (하늘색, 녹색, 노란색 동그라미는 미군 진영의 공격 지점) 이란 진영의 공격은 이스라엘에 집중됐으며,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에도 가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라크내 미군기지도 친이란 이라크 민병대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표시됐다. 미국 전쟁연구소 ISW 홈페이지 캡처

특히 미국의 주장과는 달리 이란은 여전히 상당수의 반격용 미사일과 드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로이터 통신과 미국 공영방송 NPR의 지난 2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제거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능력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루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는 로켓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호언 장담한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실제로 이란은 중동의 미군기지와 이스라엘 영토, 그리고 아랍의 친미 국가들을 향해 탄도 미사일과 미사일과 드론을 지속적으로 날리고 있다.
 
이런 비대칭 무기는 미군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이나 아랍 국가들의 기간 시설에 여전히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이란 섬들에 상륙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란도 필사적인 사수 작전을 예고하고 있다.
 
만약 미군이 섬 점령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를 유지하려면 적지 않은 병력과 무기 그리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의 이란에 대한 공격 개시 첫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의 모습.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 비치의 마라라고 별장에서 이들과 함께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 상황을 점검했다.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국방부 이란 담당 팀장을 지낸 일란 골든버그는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좋은 선택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America Has No Good Options in Iran, 2026년 3월 23일, 포린어페어스)
 
그는 미국의 이란 공격에 "확실한 목표, 분명한 승리 논리, 그리고 가능한 출구 전략이 없다"고도 비판했다.
 
따라서 "길게는 수 년에 걸쳐 미군이 이란과 기나긴 공중 및 해상 작전을 벌여야 하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경고다.
 
골드버그는 그 여파로 미군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과 남중국해, 한반도 등이 취약해진다는 우려다.
 
이런 분석은 대체로 이번 전쟁이 미국의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3년 이라크 침공과 비슷한 경로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도한 자신감을 갖고 공격에 나섰지만, 장기전의 늪에 빠져 국력을 소진하다 결국 철수하는 공식이다.
 
이번 미국의 이란 공격이 그때와 다른 점도 있다. 무엇보다 유럽 및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들을 배제한 채 전쟁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려는 중국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큰 차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도 중동 함정에 빠진다면, 미국뿐 아니라 국제질서에 대한 충격도 더 클 수밖에 없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전 YTN 베이징특파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