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경제 범죄에 대해 우리나라는 비교적 관대한 처벌을 내리는 경향이 있어요."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양사 임직원 등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두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이같이 지적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지난 2022년에서 2024년 삼성전자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과 일반투자자 등 16명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총 30~40억 원대 부당이득을 얻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을 묻자 박 교수는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적발되지 않았을 뿐 유사 사례는 훨씬 더 많다"고 입을 뗐다.
정보 비대칭성 속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개미 투자자들을 울리는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미공개 정보 이용, 주가조작 등 시장 교란 행위가 반복될수록 자본시장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행위는 왜 반복되는 걸까. 막을 방법은 없을까.
처벌 약하니 반복…범죄 억지력 제로 수준
24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한국의 '낮은 처벌 수위'를 꼽았다.그는 "미국은 내부자거래에 대해 최대 20년형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한 반면 우리는 최소 1년 수준이다"며 "사법부 판단이 최소 형량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실제 선고도 낮은 수준에 머무는 구조"라고 말했다.
처벌 강도뿐 아니라 부담의 총량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짚었다. 미국의 경우 내부자거래 등 자본시장 범죄에 대해 장기 징역형은 물론, 부당이득 환수와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병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은 형사 처벌과 민사 책임 모두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박 교수는 "형사 처벌도 약하고 민사적인 부담도 적기 때문에 적발되더라도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른바 '범죄 억지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업계 퇴출' 리스크…내부 감시도 엄격
박 교수는 한국 특유의 기업 지배구조 역시 문제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재벌 구조 대기업 그룹에서는 계열사 간 인적 이동과 정보 교류가 빈번한 만큼, 정보가 기업 외부로 퍼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리처럼 계열사가 많은 구조에서는 임직원들이 이동하면서 정보가 자연스럽게 공유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가 활용될 여지가 커진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우리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박 교수는 "미국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적발될 경우 업계에서 퇴출당하는 수준의 '평판 리스크'까지 뒤따른다"며 "기업 내부의 준법 감시와 윤리 규정도 훨씬 엄격하게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李대통령 말만으론 안돼…입법이 답
박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본시장법 제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가조작 세력은 패가망신이라는 이재명 대통령 말 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입법 문제"라며 "자본시장법과 기업 지배구조 전반을 함께 손보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전 감시 장치 보완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차이니즈월(정보 차단 장치)은 금융회사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데, 우리처럼 계열사가 많은 구조에서는 일반 제조업에도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박 교수는 "지금은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개인 일탈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이 내부적으로 통제하고 모니터링할 의무를 부여하고, 실패했을 경우에는 회사에도 책임을 묻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사전 공시 기간이나 거래 신고 시점 같은 디테일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우리 자본시장 구조에 맞는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