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굴 신인 듀오가 탄생하는 걸까. 무려 30년 만에 전설적인 고졸 신인의 기록을 동시에 소환한 kt 이강민, 한화 오재원이다.
둘은 28일 '2026 신한 SOL KBO 리그' 개막전에서 나란히 선발 출전해 3안타 경기를 펼쳤다. 역대 고졸 신인의 개막전 3안타는 지난 1996년 장성호(당시 해태)가 유일했다. 30년 만에 그것도 2명이나 대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먼저 이강민이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원정 개막전에 9번 타자 유격수로 나와 5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경기 전 "시범 경기부터 주전으로 보내겠다고 공언한 만큼 개막전부터 선발로 냈다"고 말한 kt 이강철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이강민은 첫 타석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4-0으로 앞선 1회초 2사 1, 2루에서 LG 우완 1선발 요니 치리노스의 높은 투심 패스트볼을 통타, 중견수 뒤를 넘기는 싹쓸이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첫 단추를 잘 꿴 이강민은 이후에도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6-0으로 앞선 3회초 2사 1루에서 바뀐 우완 배재준의 슬라이더를 좌전 안타로 연결했고, 8-3으로 앞선 7회초에도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6번째 우완 투수 백승현으로부터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백승현의 폭투 때 2루로 달린 이강민은 김현수의 우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쐐기점을 냈다.
경기 후 이강민은 앳된 표정으로 "오늘 경기에서 최대한 즐기려고 했고,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면서 긴장이 풀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2만375명 만원 관중에서도 당당한 경기를 펼친 데 대해 "감독님이 시범 경기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주셔서 많이 떨리지 않았다"면서 "개인적으로 잘 떨지 않는데 이를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30년 만의 역대 2호 고졸 신인 개막전 3안타 기록을 세웠다. 이강민은 "경기가 끝나고서야 관련 내용을 들었는데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2007년생 이강민이 태어나기 11년 전의 기록이다. 여기에 이강민의 응원곡인 '풍선'의 원곡은 지난 1986년 그룹 다섯손가락이 불렀고, 동방신기가 리메이크한 것도 2006년이다. 이에 이강민은 "장성호 선배님은 물론 동방신기의 노래도 알고 있다"고 짐짓 당찬 표정을 지었다.
이강민의 유니폼 왼 무릎 근처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이강민은 "2루로 달리면서 슬라이딩을 하다 손바닥이 까졌는데 묻은 것 같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이강민이 고졸 신인에도 개막전에서 주전으로 투입된 이유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재원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개막전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안타 경기를 펼쳤다. 둘은 유신고 동기로 외야수 오재원이 1라운드 3순위로, 이강민이 2라운드 16순위로 지명됐다.
이강민이 취재진과 인터뷰할 당시 오재원은 연장 11회말 6번째 타석을 앞두고 있었다. 이미 3안타를 때려낸 오재원이 안타를 기록하면 역대 최초 고졸 신인 개막 4안타 기록을 세울 참이었다. 이에 취재진이 "오재원이 안타를 날리길 바라는가"라는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이강민은 "진짜 재원이가 안타를 때렸으면 좋겠다"고 찐우정을 과시했다.
다만 오재원은 마지막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에 머물렀다. 그러나 한화는 노시환의 동점 적시타, 강백호의 역전 결승타로 10-9 짜릿한 끝내기 승릴르 거뒀다. kt 역시 11-7 낙승을 거뒀다.
이강민은 "친구가 잘해서 기분 좋다"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에 대해 "신인상 경쟁은 너무 먼 이야기 같다"면서 "그저 매 경기 내 몫을 하고 싶다"고 겸손하면서도 의미 있는 각오를 밝혔다.
29일 LG와 원정에서 이강민은 무안타에 머물렀지만 볼넷을 골라내 2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고, 팀도 6-5로 이겼다. 오재원도 이날 키움과 홈 경기에서 2타점 적시타로 팀의 10-4 승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신인왕은 괴력의 kt 거포 안현민이었다. 그러나 안현민도 5월에야 1군에 올랐다. 개막전부터 주전 선발을 꿰찬 유신고 출신 슈퍼 루키들의 경쟁이 올해 프로야구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