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 생각하면 슬프다"…거장 사카모토의 마지막 기록

죽음 앞 3년6개월 담은 시네마 에세이…4월 개봉
30대 시절 '류이치 사카모토: 도쿄 멜로디'도 극장에


세계적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가 오는 4월 1일 개봉한다.

오모리 켄쇼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나기 전 약 3년 6개월 동안 남긴 일기와 영상, 음성을 바탕으로 구성된 시네마 에세이다. 죽음을 인지한 이후의 시간 속에서 예술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그가 마주한 감정과 사유를 담담하게 따라간다.

영화는 사카모토가 직접 기록한 일기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실제 일기장의 페이지가 화면에 등장하고, 그 내용과 맞물린 생전의 모습과 음악 작업 장면들이 교차 편집된다.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 집을 정리하며 생을 정돈해가는 순간들이 차분한 호흡으로 이어진다.

영화사진진 제공

사카모토는 2020년 암 선고 이후 남은 시간을 자각하며 창작을 이어갔다. 영화에는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 상황에서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온라인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번에 연주가 어려워 여러 날에 걸쳐 한 곡씩 녹음하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병세가 악화되면서 점점 수척해지는 모습과 대비되듯, 음악을 연주하는 순간에는 다시 생기를 되찾는 그의 표정은 예술가로서의 본질을 드러낸다. 의식이 희미해진 상태에서도 손가락을 피아노 건반처럼 움직이는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또한 영화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죽음을 앞둔 인간의 내면을 응시한다. 사카모토는 일기 속에서 삶과 시간, 후회와 수용 사이를 오가며 스스로를 다잡는다. "무엇을 보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슬프다"는 그의 고백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를 형성한다.

가족과 지인들의 회상 인터뷰도 함께 담겼다. 오랜 동료들과의 관계, 마지막 시간을 함께한 주변 인물들의 기억은 사카모토의 인간적인 면모를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내레이션은 무용수이자 배우 타나카 민이 맡아 일기 속 문장들을 절제된 톤으로 전달한다.


사카모토의 30대 시절을 담은 다큐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도쿄 멜로디'. 진진영화사 제공

이와 함께 사카모토의 젊은 시절을 담은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도쿄 멜로디'도 오는 4월 15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 첫 개봉한다. 1984년 제작된 작품으로, 전설적 전자음악 그룹 활동과 솔로 아티스트로 도약하던 30대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다이어리'가 생의 마지막을 기록한 작품이라면, '도쿄 멜로디'는 음악가로서의 출발과 확장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사카모토의 삶과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번 개봉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마지막 황제' 등으로 세계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카모토의 예술 세계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한 예술가가 삶의 끝에서 무엇을 남기고자 했는지를 조용히 되묻게 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영화사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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