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CCTV가 담은 계엄의 밤…추경호는 무엇을 했나

헬기 뜨고 군 들이닥친 국회…긴박했던 그 시각
본회의장 향한 의원들, 원내대표실에 머문 추경호
자정 넘겨 이어진 '당사로 집결' 공지
CCTV가 남긴 질문…추경호는 그때 무엇을 했나

박종민 기자

군 헬기가 국회 상공에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은 담을 넘었고, 건물 안에선 유리창이 깨졌습니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첫 공판에서, 계엄 당일 '국회의 밤'이 폐쇄회로 (CC)TV 영상으로 다시 펼쳐졌습니다. 내란 특검은 국회와 국민의힘 당사 앞 영상을 2시간 가까이 재생하며 당시 상황과 추 전 원내대표의 동선을 시간대별로 짚었습니다.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법정 안에 남은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그때 추 전 원내대표는 무엇을 했는가.
 

"추경호 행적 봐야" vs "이미 공개된 장면"

류영주 기자

영상 재생 전부터 특검과 추 전 원내대표 측은 기싸움을 벌였습니다.
 
추 전 원내대표 측은 "이 CCTV로 무엇을 입증하려는 것인지 취지가 불분명하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미 공개된 장면을 다시 설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취지였습니다.
 
"국민 중에 이 상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특검은 "특정 장면 하나가 아니라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가 침탈당하는 상황에서 맨몸으로 맞선 관계자들, 시민들의 모습과 그 상황에서 피고인은 무엇을 했는지를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오늘 재생 부분은 (사전에) 다 제공해드렸고 의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영상 관련 설명을 최소화해달라는 추 전 원내대표 측의 몇 번의 요청 끝에 CCTV가 기록한 '그날 밤'이 재생됐습니다.
 

국회로 향하다 당사로…다시 국회로 향해


CCTV에서 추 전 원내대표가 처음 포착된 시점은 밤 11시 20분쯤입니다.
 
검은색 카니발 차량이 국민의힘 당사 앞에 도착하고, 추 전 원내대표가 차에서 내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비서실장)과 짧게 대화를 나눈 뒤 11시 21분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재생됐습니다.
 
특검은 이 장면을 두고 "피고인은 22시 59분경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로 정해 의원들을 소집했지만, 국회 봉쇄 소식을 듣고 23시 09분경 장소를 당사로 변경 공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추 전 원내대표는 11시 33분쯤 의원총회 장소를 다시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변경합니다. 그리고 11시 36분쯤 다시 국회로 이동했습니다.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당시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정희용 의원과 함께입니다.

이는 국회 도서관 쪽 출입문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당시에는 11시 07분부터 36분까지 약 29분간 국회의원과 출입증 소지자에 한해 출입이 허용되고 있었고, 경찰은 회전식 출입문에서 신원을 확인한 뒤 통과를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분 뒤, 상황은 급변합니다.
 

헬기 착륙·군 진입…그 시각 원내대표실은?

계엄군 헬기가 착륙한 국회의사당 운동장 모습. 황진환 기자

11시 47분, 국회 상공에 헬기가 등장합니다. 특검은 "특전사 707 대원들이 탑승한 블랙호크로, 저공비행 상태라 육안으로 충분히 식별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CCTV 영상 속에선 사람들은 헬기를 멍하게 바라보거나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합니다.
 
이때 추 전 원내대표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특검은 "피고인은 본관에 들어오자마자 우측 원내대표실로 들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CCTV에서는 추 전 원내대표에 이어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과 김용태 의원도 원내대표실로 들어갑니다. 계엄군의 헬기가 본관 뒤편 운동장에 착륙하는 시점과 동일합니다.
 
이후 상황은 빠르게 전개됩니다. 11시 51분, 김현태 당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을 선두로 한 707 대원들이 국회 본관 후문으로 진입합니다. 국회 사무처 방호 인력들이 이를 막아서며 출입구 앞에 몸을 세웁니다.
 
동시에 의원들의 이동도 이어집니다. 당 대표실에 있던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의원들은 상황을 인지한 뒤 곧바로 3층 예결위 회의장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다른 선택을 합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장으로 향하지 않고 2층으로 내려와 원내대표실로 이동했고, 이종호 국민의힘 의원 역시 예결위 회의장에서 나와 본회의장이 아닌 원내대표실로 향했습니다. 원내대표실에 있던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 역시 11시 52분쯤 원내대표실을 나와 국회 본관 정현관 상황을 확인한 뒤 다시 원내대표실로 돌아갑니다.
 
당시 예결위 회의장에 모였던 17명 중 13명은 본회의장으로 이동했고, 4명은 원내대표실로 향했다고 특검은 설명했습니다.
 
정현관 진입이 막히자, 계엄군의 이동 경로도 바뀝니다. 계엄군은 본관 오른쪽, 당대표실과 원내대표실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추 전 원내대표가 있던 장소 바로 창밖에서 군이 움직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국회 밖 당사 소집 해놓고…추경호는 원대실에


자정을 넘기면서 의원총회 장소는 또다시 변경됩니다. 특검은 "피고인은 00시 03분경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하는 공지를 했다"고 말합니다.

이미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국회 밖에서는 여전히 월담을 통해 진입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추 전 원내대표는 장소 변경 공지를 합니다. 특검은 "00시 05분, 07분, 08분에도 같은 취지의 공지가 이어졌다"고 설명합니다.
 
해당 시간대에 원내대표실 주변에서는 본회의장 상황이 계속 전달되기도 합니다. CCTV 영상 속에선 00시 19분쯤 국민의힘 당직자가 원내대표실 앞에서 "본회의장 안에 의원들이 있다"는 말을 전달하려 했고, 00시 22분쯤에는 또다른 국민의힘 원내행정국 당직자가 직접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가 인원을 확인한 뒤 다시 돌아와 보고합니다.

신동욱 의원 역시 원내대표실과 본회의장을 오가며 상황을 전달하고,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에게 이동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추 전 원내대표의 위치는 원내대표실로 유지됩니다.
 
그리고 00시 32분쯤, 원내대표실 옆 정책위의장실 유리창이 깨지고 계엄군이 내부로 침투합니다. 특검은 "원내대표실 안에서 블라인드를 들어 올리고 바깥 상황을 확인하는 모습도 포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간 맞나" "얼굴 안보여" CCTV 제동 건 추경호 측

이날 공판에선 CCTV 영상에 대한 추 전 원내대표 측의 반박도 이어졌습니다.
 
변호인은 국민의힘 당사 앞 CCTV가 재생되는 동안에는 "표시된 시간이 실제와 정확히 일치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민간 사설 CCTV는 시간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왕왕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CCTV 증거조사가 끝난 후에는 "CCTV 영상을 보긴했지만 사람들의 얼굴을 다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2차 봉쇄된 시간부터 의원총회 장소를 당사로 바꾼 00시 3분 사이에 국민의힘 의원들 중 월담에서 국회 경내로 진입한 의원들이 있었는지 묻는다. 오늘 영상에는 명확히 구별이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장소의 CCTV를 종합해 시간대별로 재구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각각의 영상 시간이 다 맞춰져 있는지 모르겠고, 분 단위로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조금만 틀어져도 간격이 늘어난다"며 "그 부분을 정확히 어떻게 증명하신 건지 말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추 전 원내대표는 CCTV 영상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날 밤 자신의 위치와 선택이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를 다시 확인하듯이 말입니다.
 
재판부는 다음달 17일부터 CCTV에 담긴 의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17일에는 김용태·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을 증인으로 소환합니다. 같은 달 29일에는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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