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신 '남한' 쓰겠다"…대만 입국신고서에 무슨 일이?

전자입국신고서 캡처

대만이 전자입국신고서상 '한국'으로 명시된 표기를 '남한'으로 바꾸겠다며 연일 한국 압박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전자입국신고서에 기재된 대만의 표기가 '중국(대만)'으로 돼 있는 것에 대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관련 부처 검토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예상치 못한 대만 측의 강한 압박에 당혹스러워하는 기색도 읽힌다.
 

"한국 아니라 남한으로 바꾸겠다" 압박 높이는 대만


대만 외교부 리자오훙 사장(국장)은 지난 2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이 기한 내에 긍정적 답을 하지 않으면 대만 정부는 4월 1일 '대만 전자입국등기표' 상 출생지·거주지 항목의 한국 영문 명칭을 한국, 즉 'Korea, Republic of'에서 남한, 'KOREA(SOUTH)'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선 지난 22일에는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장관)이 현지 매체 인터뷰를 통해 "한국 측이 10여년 전 대만에 '한성'을 '서울'로,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해 모두 협력했는데 한국은 대만의 요구를 내버려 두고 상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도 지난해 12월 기자들과 만나 "대만 국민의 의지를 존중해달라"며 직접 표기 문제를 언급했다. 같은 자리에서 대만 외교차관은 "한국은 대만에 대규모 무역 흑자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비우호적 행위를 하는 것은 매우 좋은 움직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문제 없던 '중국(대만)' 표기, 갑자기 왜?


해당 논란은 지난해 2월 정부가 전자입국신고 제도를 도입하며 불거지기 시작했다. 기존에 종이 신고서를 수기로 작성하던 방식과 달리, 전자입국신고서는 미리 작성된 국가 목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 목록에서 대만은 여권상 국적으로는 '대만'으로 표기되지만, 출발·목적지에는 '중국(대만)'으로 표기됐다.
 
대만 측은 이에 반발하며 이미 지난 1일 대만 외국인거류증 상의 '한국' 명칭을 '남한'으로 바꿨다. 이어 오는 31일까지 답이 없다면 전자입국등기표에도 같은 조치를 하겠다고 벼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만의 이같은 압박은 국내 정치용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의 중국'에 강하게 반대하며 지지자들을 결집해온 라이칭더 정부가 오는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제를 표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한국에 장기 거주하는 대만인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외국인등록증에 '중국(대만)' 표기를 유지해 왔는데, 대만은 20년 넘게 별도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공개 압박에 좁아지는 협상 공간…정부 답 내놓을까?


정부 내에선 대만 측이 공개적으로 외교적 압박을 지속하는 데 대해 불편해하는 기류도 읽힌다. 정부는 지난해 전자입국신고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존 수기 종이신고서를 병용하는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그 사이 대만 측과 협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밑 협상으로 해결이 가능했던 문제를 대만 측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며 오히려 외교적 해법의 공간이 줄었다는 비판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지난 25일 "하나의 중국 원칙이 대의이자 대세"라며 "민진당 당국이 어떤 꼼수를 쓰든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객관적 사실은 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법무부와 시스템 수정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아직 대만 측에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하진 않았다고 한다. 다만 대만이 제시한 '데드라인'인 이달 31일을 답변 시한으로 못 박지는 않고 있다. 대만의 압박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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