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면 물가상승도 끝?…경계할 3가지[계좌부활전]

류영주 기자

중동전쟁 이후 금융시장의 관심은 '금리'에 쏠려 있습니다. 워런 버핏은 금리를 중력에 비유합니다. 중력이 세상 모든 것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금리도 모든 자산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요.
 
시장은 미국채 10년물 금리를 중요하게 봅니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률과 장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예상치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4%를 돌파했습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 3.95%에서 0.45%p 오른 것으로 이른바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즉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고, 기업은 조달비용의 압박이 커지고, 모든 자산 가격도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금리상승을 자극한 장본인은 국제유가입니다. 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50%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죠.
 
전쟁이 끝나면 국제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될까요? 시장은 아직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의 화물선들. 연합뉴스

먼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받을 가능성 때문입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은 그동안 압박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항상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협력해 왔다"면서 "전쟁 후에는 상황이 예전과 다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1척당 200만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받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선박은 안전 보장을 대가로 이란에 200만달러를 내고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전쟁 이후 이란의 통행료 정책이 실현된다면, 물류비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쯔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해운 비용과 보험료 및 환승 수수료 증가 등 사실상 글로벌 무역에 대한 '세금'이라고 평가하고,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파괴된 중동 에너지 인프라…경기침체 우려도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두 번째 이유는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 파괴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이란은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을 공격했습니다. 대규모 피해를 본 카타르는 우리나라 등에 장기 LNG 공급계약에 대한 불가항력을 선언했습니다. 또 복구에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전쟁이 끝나도 에너지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특히 LNG는 질소 비료의 원료이기 때문에 글로벌 식량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올해 주요 20개국(G20) 평균 물가 상승률을 기존 2.8%에서 4%로 대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유와 가스 생산시설 가동이 장기간 중단되면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AI 투자 확대의 역설…자동차 반도체 부족의 교훈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역설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AI 투자가 확대하면서 반도체 가격도 급등했는데요. 지난해 8월 이후 D램은 5.5배, 낸드플래시는 7.7배씩 가격이 뛰었습니다.
 
그러자 D램과 낸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장비 가격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6 시리즈 가격도 메모리 가격 급등 여파로 전작에 비해 10~30만원 올렸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자동차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신차 생산이 지연되자 중고차 가격이 급등했는데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기준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2022년 말까지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각각 20.5%와 43.1% 상승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는 2022년 1월 0.25%에서 2023년 7월 5.5%로 꾸준히 올랐고요.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2023년 쇼티지가 지나간 이후 중고차 가격은 조정됐지만 이전 수준으로 못 내려갔고, 신차 가격은 높아진 상태를 계속 유지했다"면서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은 어떤 이에게 희극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비극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지, 정말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인플레이션이 금융시장을 휩쓴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워런 버핏은 202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인플레이션 시기 투자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최고의 투자는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버핏은 또 인플레이션 기간에도 신규 자본 투자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구매력 가치가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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