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서 밀린 한국, 피지컬 AI 3년 승부수 통할까

'카이로스'로 무인공장 첫발…데이터·OS·표준화 과제 여전
현장 "외산 의존 끊고 제조 데이터 체계부터 구축해야"
중소기업 확산·창업 실증까지 이어져야…산업화 관건
정부 '3년 골든타임' 제시…'팀 코리아' 생태계 시험대

카이스트 피지컬 AI 테스트베드 '카이로스(KAIROS)'가 시연되는 모습. 김기용 기자

정부가 무인(無人)공장 테스트베드 '카이로스'를 공개하며 한국을 '피지컬 AI 강국'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데이터 확보 체계, 공장 운영체계(OS) 소프트웨어, 외산 의존 탈피, 현장형 인재 양성, 중소기업 확산과 창업 실증 등이 함께 보완되지 않으면 피지컬 AI가 시연 수준을 넘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인공장 '카이로스' 공개…정부 "3년이 골든타임"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 대전 카이스트(KAIST)에서 외산 솔루션 의존도가 높았던 제조공장을 국산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피지컬 AI 통합 플랫폼을 공개하고, '기술 확보→실증→산업 확산→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전략을 제시했다.

출발점은 무인공장 테스트베드 '카이로스'다. 카이로스의 핵심은 개별 로봇이나 설비 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공장 전체를 하나의 운영체계처럼 통합해 움직이게 하는 데 있다. 카이스트 측은 이를 "다양한 로봇과 설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공장 운영체계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를 기반으로 'K-제조 지능형 공장 패키지' 수출 모델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향후 3년은 대한민국이 피지컬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골든타임"이라며 "이제는 기술 개발을 넘어 산업을 바꾸고 수출로 이어지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카이로스만으로 피지컬 AI 산업 경쟁력을 곧바로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배 부총리가 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꺼낸 화두 역시 '데이터 확보 체계'였다. 그는 "피지컬 AI 시대로 넘어가는 데 있어 데이터 확보 체계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를 구축한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피지컬 AI의 핵심을 로봇 자체보다 데이터와 학습 기반에서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OS·인재·생태계 보완해야"…현장서 쏟아진 주문

 
현장에서도 같은 지적이 쏟아졌다.

모벤시스 김기훈 대표는 "2차전지처럼 마이크로초(μs) 단위로 공정이 이뤄지는 현장에서는 수십만 개의 센싱·제어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지만 현재는 이를 처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서 데이터는 센서값과 로봇 작업 동선, 공장 운영 정보,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합성 데이터 등 피지컬 AI 학습과 운용에 필요한 제조 전반의 정보를 포괄한다.
 
LG CNS 최성훈 상무도 "실제 기업에는 데이터가 파편화돼 있고 맥락이 없기 때문에 활용이 어렵다"며 제조 AI용 온톨로지(데이터의 의미와 관계를 체계화한 구조)와 데이터 표준 모델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피지컬 AI 경쟁이 결국 '좋은 데이터를 얼마나 구조화해 쓸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는 얘기다.
 
외산 의존도를 어떻게 줄일지도 숙제다. 정부는 카이스트 실증랩이 수억원대 외산 공장 솔루션을 국산 피지컬 AI로 대체하는 첫 사례라고 강조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지멘스·미쓰비시 같은 글로벌 기업의 벽을 높게 보고 있다. 캔탑스 오학서 대표는 "당장의 이익이 아닌 앞으로 우리 산업의 노하우를 지켜야 한다"며 값싼 중국산 장비 확산이 장기적으로 국내 제조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운영체계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마키나락스 윤성호 대표는 "피지컬 AI까지 확장된 솔루션은 모델 하나 또는 GPU 하나만으로 절대 이뤄질 수가 없다"며 "가장 핵심은 모델이나 GPU, 데이터 등을 통합적으로 오케스트레이션(통합 조정)할 수 있는 운영체제 또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인재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윤 대표는 "앞으로는 실제 제조 현장에서 AI를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전방 배치 엔지니어를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이스트의 한 연구원 역시 "실증랩의 활용과 정규 교육 과정을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피지컬 AI 산업 생태계가 여전히 파편화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음AI 최용석 대표는 "피지컬 AI를 하는 기업 간 교류가 너무 없는 것 같다"며 "굉장히 큰 생태계인데 작은 단위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금 더 큰 판, 큰 얼라이언스(협력체)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피지컬 AI가 단일 기업이 아닌 '팀 코리아' 수준의 묶음으로 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을 어떻게 끌어들일지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AI 기본법 시행 이후 중소·벤처기업 대상 'AI+정책설명회'를 이어가며 제도 대응과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AI 펀드, 지역 AI 전환 등을 안내하고 있다.

과기부 김경만 인공지능정책실장은 "스타트업 등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고, 법률 준수에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했고, 중소벤처기업부 박용순 중소기업정책실장은 "AI 스타트업 발굴·육성, 스마트공장 확산, 지역 주도 AI 전환 등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AI 활용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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