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원료 수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27일부터 나프타 수출을 제한했다. 국내 정유사가 생산해 수출하던 물량을 석유화학 업계에 우선 공급해 '4월 위기설'을 잠재우겠다는 취지다.
현장에서는 원료의 질과 수율 문제를 들어 '제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중동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정부의 이번 조치로 급한불은 끌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이 퍼지고 있다.
가성비 떨어지지만…일단 최악은 피했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0시부터 나프타 수출 제한 및 수급 안정 규정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보유 중인 나프타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수출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장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는 기존 계약 물량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이번 비상 조치는 향후 5개월간 유지될 전망이다.정부는 수출 제한과 더불어 수급 관리에도 착수했다. 정유사(나프타 사업자)와 석유화학사(나프타 활용사업자)는 생산·도입·재고 및 판매 현황을 매일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만약 매점매석 등 시장 교란 행위가 의심될 경우 정부가 직접 재고 조정이나 판매를 명령할 수 있으고 특정 업체에 대한 긴급 공급 지시도 가능하다.
현장에서는 "안 하는 것보다 낫지만 궁여지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정유사가 지난해 수출하던 나프타는 약 3423만 배럴(2025년 기준)로 전체 나프타 내수량(약 4억3460만 배럴)의 약 7.8% 수준에 불과해 수입 단절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프타 종류가 달라 수율이 좋지 않다.
석화 공정의 주원료인 경질 납사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 생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중질 납사는 벤젠·톨루엔 등 방향족 성분 비중이 높아 열분해 시 에틸렌 수율이 낮아질 수 있고, 공정 운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질 납사를 투입할 때 에틸렌 수율이 30% 안팎 또는 그 이상으로 형성되지만, 중질 납사는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수출하던 물량은 수율이 낮은 중질 납사가 많아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 저효율 원료라도 투입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상황이 훨씬 절박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수출 제한이 '생명줄'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업의 나프타 중동 수입 비중은 약 60% 수준이이지만, 중소기업은 이보다 훨씬 높은 82.8%에 달한다.
'4월 위기설' 진화될까
중동 산유국 시설들이 파괴되면서 당장 이 달 안에 전쟁이 끝나더라도 완전 복구까지 4~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전 대비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대체 유종과 더불어 최근 미국 정부가 일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러시아산 나프타 도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선박에 실린 채 해상에 대기 중인 '해상 재고' 형태의 스팟 물량에 정부가 확보한 수출 제한 물량까지 더해지면 최악의 셧다운 사태는 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는 당장의 가동률에 즉각적인 수치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면서도 "수출 제한 조치는 시장에 안정감을 주려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사재기나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여러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