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한화-KAI, 경남 우주항공산업 벨트로 도약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와 차재병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가 5일 'K-방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산·우주항공 분야 미래 핵심 사업 공동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경남에 있는 대표적 우주항공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확보하면서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터 구축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AI 지분 4.99%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한화는 KAI 지분 취득 목적에 대해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사간 중장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우주항공 사업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KAI 맞손으로 경남지역 우주항공산업 벨트 도약 기회 잡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원, KAI는 사천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경남 지역 핵심 기업들이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3조원, 직접 고용 인원만 1만 명이 넘는다. 한화는 K-9 자주포 등 지상 방산 외에 항공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우주 발사체 등 핵심 부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KAI는 전투기·헬기·무인기 등 항공기 체계 개발과 생산, 중대형 위성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방산·우주항공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서 중장기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양사는 K-방산수출 경쟁력 강화와 경남 지역 항공우주·방위 산업 생태계 육성을 목표로 MOU를 체결했다. 양사가 구속력이 없는 MOU에 그치지 않고 한화에어로의 KAI 지분 취득을 통해 양사 협력을 본격화 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양 사는 MOU를 통해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 개발과 체계 통합, 수출 목적의 무인기 공동개발과 글로벌 마케팅, 위성·발사체·서비스를 포함한 글로벌 상업 우주 시장 공동 진출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방산·우주항공 산업 생태계와 지역 공급망 육성 등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역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참여를 확대하고,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공급망 경쟁력 강화 계획도 함께 밝혔다.
 
MOU 체결식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재일 대표이사는 "이번 MOU는 국내 방산·우주항공 분야 생태계 혁신 기반의 새로운 수출과 동반성장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취지다. KAI와 협력해 우주항공 분야 협력사 상생을 바탕으로 성장·협력 모델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분 취득으로 인한 한화에어로와 KAI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는 경남 지역 내 우주항공 분야에서의 연구·개발과 생산, 정비까지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KF-21 블록-Ⅲ에는 한화에어로가 개발 중인 첨단 엔진이 들어갈 예정이라 양사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우주 분야에서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사업을 주도하는 한화에어로가 국내 최대 위성 생산 업체인 KAI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우주·방산 생태계 고도화…경남 지역상생과 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기대


한화와 KAI의 협력 강화는 사업적 시너지는 물론 경남지역에 우주항공·방위산업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대형 앵커 기업의 등장은 협력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기관으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의 주요 사업장이 있는 창원과 사천을 잇는 우주항공 클러스터가 구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경남-전남(고흥 우주센터·순천)-제주(한화우주센터)를 잇는 우주산업 벨트로 확장되면서 남해안 일대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벤처기업 육성과 소부장 국산화,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지원과 해외 동반 진출,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 청년 인재들의 지역 정착 또한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달 24일 경남 창원1사업장에서 한국카본 등 39개 협력사와 '항공엔진 소재·부품 자립화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협약을 통해 항공엔진 부품·소재 자립화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개발과 시험평가 인증 등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R&D)을 수행하기로 했다. 또 협력사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 전략 실행과 함께 설계와 가공 등 항공엔진 개발의 다른 분야도 상생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항공엔진 핵심 기술 국산화라는 목표를 분명히 한 셈이다.

KF-21 시제 5호기 모습. KAI 제공

글로벌 우주항공·방산 사업 환경 변화와 '한국판 스페이스X' 탄생 기대


글로벌 방산기업들은 육-해-공-우주 통합 안보 솔루션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미 중동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위성과 데이터 분석(AI) 등 '전(全)영역' 작전이 전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위한 우주-방산 분야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우주 사업은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는 만큼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나아가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크고 강력한 기업이 필수적이다.

유럽 기반의 에어버스, 탈레스, 레오나르도는 2025년 10월 우주 사업 전체를 하나의 신설 법인으로 합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향후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에 대응하려는 구상이다. 독자적인 우주사업부가 없었던 영국 BAE Systems나 미국의 방산 기업 노스롭그루먼 등도 우주 발사체 및 위성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육-해-공-우주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해외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덩치를 키운 국가대표 기업이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판 스페이스X 출범 기반을 마련해 우주 주권(Sovereign Space)을 확보하고,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한화의 우주발사체에서부터 관측·통신 위성, 탐사에 이르는 국내 유일 '우주 밸류체인'과 KAI가 가진 '중대형 위성 개발과 탐사선' 역량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를 통해 저궤도 위성통신부터 우주 탐사까지 아우르는 '종합 우주 솔루션 패키지'를 공동 구축해 글로벌 뉴 스페이스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항공우주 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를 필두로 민간 중심의 차세대 우주산업 생태계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저궤도 위성에서부터 중대형 위성까지 포함하는 한화의 종합 우주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KAI 지분 확보는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방산 체계를 설계하고 있는 듯하다"며 "앞으로 글로벌 수준의 독자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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