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500선을 넘나드는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중동발 '고유가·고환율' 충격파가 덮치면서 올해 2% 성장이라는 한국 경제의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유가와 환율, 물가 안정 여부가 올해 성장 목표 달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말 한마디에 출렁이는 유가…브렌트유 150달러 관측도
국제유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이 계속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선 위아래로 급등락을 거듭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일 쇼크' 공포가 덮치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9일 장중 배럴당 119달러대까지 치솟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석유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에너지 시설 피해 소식에 낙관론과 비관론을 오가며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종전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당분간 고유가 상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의 핵심 에너지 시설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공격을 고려하면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연초 대비 고비용 구조가 지속돼 생산 능력 및 운송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금융그룹 맥쿼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4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는 지난 2008년 7월 기록된 사상 최고치(배럴당 147달러)를 뛰어넘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천장' 뚫은 환율…"상단 1600원 가능성도 배제 못해"
미국이 이란과 협상 중이라는 소식에 하락하기도 했지만 불투명한 정세가 이어지면서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장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환율 상단은 1550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상단이 1600원까지도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도 불안하다. 고유가와 고환율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환율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약 0.04%포인트 상승 압력을 받는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상회하고 환율이 1500원을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유가 상승->물가 상방 압력↑…전쟁 장기화시 2% 성장 이탈 가능성
중동전쟁의 영향이 미치기 전인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2%로, 6개월 연속 2%대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이후 물가 경로의 상방 압력과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달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3월에는 중동 상황에 영향을 받아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비용 측면에서의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다"면서 "향후 물가 흐름은 중동 상황 전개 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국제유가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동전쟁 확대와 장기화 여부에 따라 국제유가와 환율의 향방이 결정되고, 이는 곧 국내 물가와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9%로 전망했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를 각각 제시했다.
중동 전쟁이 길어질 경우 유가 고공행진과 불확실성 고조에서 촉발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흐름으로 한국 경제는 기존 성장 경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NH금융연구소는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경제 성장률은 0.3% 포인트 하락하고, 1년간 지속되면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가·환율·물가 안정이 관건…25조 추경, 성장률 견인 전망도
정부는 25조원 규모로 편성되는 추경으로 경기침체 우려에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청와대 내 비상경제상황실을 운영하며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25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올해 성장률을 일정 정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25조원 규모 추경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0.88%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약 0.18~0.35%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정부의 복합대응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물가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며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복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경제학부 김정식 명예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번 추경은 규모를 상대적으로 작게 해 재정 여력을 확보하고, 전쟁이 장기화하면 하반기 정도에 2차 추경을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