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리는 '빚투'…증시·환율 파도에 리스크 커진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연초 대비 22% 급증
이달에만 당국 빚투 경고 5차례
시장 악순환 우려…규제 필요성도 거론돼


'롤러코스피'에 고환율로 인한 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연초 대비 22% 급증하면서 '빚투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에만 5차례 이상 빚투 경고 메시지를 내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빚투에서 이어진 반대매매 위험이 투자자 손실에 그치지 않고 증시 변동성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신용융자 규제 필요성까지 거론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급등…고삐 쥐는 금융당국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 4218억 원에 달했다.
 
약 3개월 전인 올해 초보다 22%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난 1월 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약 27조 4207억 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시장에서의 매매 거래를 위해 개인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매수대금의 융자다. 즉,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하는 것으로, '빚투'의 대표적인 지표다.
 
대출을 통해 주식을 사는 것이지만, 주가 하락 시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당국 역시 슬슬 긴장의 고삐를 쥐고 있다. 이번 달 들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빚투와 관련해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만 5차례에 달한다.
 
금감원은 지난 20일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를 통해 "최근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신용융자 잔고가 급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신용융자 등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주가 조정 시 반대매매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가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1-2월 사이 공식 자료 배포 등을 통한 '빚투 경고'가 사실상 전무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가 쇼크, 인플레 압박 겹쳐…투자자 넘어 시장 충격 우려

연합뉴스

이러한 빚투는 이번 달 들어 중동전쟁과 유가 쇼크까지 더해진 더 급격한 증시 변동과 고환율 상황에서 더더욱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시장엔 급격한 주가 변동 시 발동되는 사이드카가 10회, 서킷브레이커가 2회 적용됐다. 특히, 이 중 7회의 사이드카와 2회의 서킷브레이커가 모두 이번 달에 집중됐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 상승 압박 역시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10원 선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등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가운데, 매파 성향으로 알려진 신현송 국제결제은행 통화경제국장이 한국은행 차기 총재 후보자로 지명된 점이 이러한 기류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빚투가 확대되면 투자자는 물론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빚투의 후과는 투자자 개인뿐만 아니라 시장도 지게 된다"며 "가령 특정 종목이 과도하게 하락해 신용융자 반대매매가 이뤄지면, 출회된 물량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24일에도 신용융자 반대매매 주요 사례를 들며 "증권사별 할인 비율에 따라 담보 부족 금액과 관계없이 반대매매 대상 종목의 모든 수량이 매도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일부 증권사들 역시 이 같은 우려 속에 자체적으로 위탁증거금률을 상향하거나 신용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 차원에서 별도의 규제를 검토해 볼만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화여대 경제학과 석병훈 교수는 "주택담보대출(LTV) 규제와 같은 거시건전성 규제를 신용융자거래에도 도입하는 것을 고민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아직 총량 관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 자기책임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며 "일반 서민 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전체 규모도 큰 부동산과 달리, 빚투는 아직 총량을 규제할 만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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