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vs 이란'… 전쟁은 왜 끝나지 않나 [책볼래]

핵은 명분일 뿐…중동 전쟁의 진짜 속내
군산복합·에너지·무역전쟁…패권주의 부활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중동 전역을 흔들고 있다. 공습과 보복이 이어지고,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출렁인다. 호르무즈 해협이 언급되는 순간 세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좁은 통로를 지나가는 에너지가 곧 세계 경제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설명하는 방식은 대개 단순하다. 누가 먼저 공격했는가, 무엇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는가.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이 같은 전쟁은 반복되는가. 그리고 왜 하필 중동인가.

윌리엄 D. 하텅 퀸시책임국정연구소(Quincy Institute for Responsible Statecraft) 선임연구원과 벤 프리먼 퀸시책임국정연구소 외교 정책 민주화 프로그램 책임자는 공저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부키)에서 전쟁을 '구조'로 정의한다. 이 책에서 전쟁은 특정 정권의 선택이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시스템의 결과라는데 주목한다.

저자들은 미국의 현실을 수치로 제시한다. 미국은 전 세계 군사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100개국이 넘는 나라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전쟁은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상태에 가까워진다고 진단한다.

저자들은 이를 "전쟁으로 이익을 누리는 집단이 거의 언제나 승리해왔다"는 말로 구조를 파헤친다.

이 지적은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전쟁은 단순한 안보 대응이 아니라, 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결과라는 것이다.

창비·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이 구조는 군사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에드워드 피시먼 미국 외교관계위원회(CFR) 선임연구원은 저서 '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알에이치코리아)에서 전쟁의 중심이 이미 경제로 이동했다고 설명한다. 국가들은 더 이상 미사일과 폭격만으로 싸우지 않는다. 제재, 금융 통제, 수출 제한 같은 수단이 전장의 핵심이 됐다는 것이다.

피시먼은 이를 '경제전쟁의 시대'로 규정며, 국가들이 상대의 급소를 겨냥하는 방식을 '초크포인트'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특정 지점을 장악하면 전체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구조다.

이란은 이 개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미국은 이란의 석유 수익을 글로벌 금융망에서 차단했고, 그 결과 경제 위기는 정치적 협상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이란의 석유 수출 수익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해외 계좌를 동결하고, 글로벌 금융망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그 결과 이란은 인플레이션 급등과 경제 위기가 발생했고, 결국 핵 협상이라는 정치적 결과로 이어진 바 있다.

직접 맞붙는 전장을 넘어 금융과 무역, 기술의 영역으로까지 복합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피시먼은 강조한다.

부키·리더스북·사이 제공

그 위에 '공간'이라는 조건이 얹힌다.

팀 마샬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는 저서 '지리의 힘'(사이)에서 중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을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선들이 인위적인 국경선을 만들었다"는 문장으로 정리한다.

이 인위적인 국경은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를 하나의 국가 안에 묶었고, 갈등은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됐다고 지적한다.

마샬은 국가의 선택을 설명하기 전에, 국가가 놓인 조건을 먼저 보라고 말한다. 지리는 선택의 범위를 제한하고, 그 제한된 선택은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란을 둘러싼 긴장 역시 이 지리적 조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진다. 세계 에너지의 상당량이 이 통로를 지나간다. 이 지점에서 중동은 지역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핵심 축'이 된다.

세계 에너지의 상당량이 이동하는 호르무즈해협. 연합뉴스

세계적인 에너지 및 국제 관계 전문가인 대니얼 예긴은 '뉴 맵'(리더스북)에서 이 핵심 축을 더욱 명확히 설명한다.

그는 중동을 세계 경제의 '에너지 중심'으로 규정하며 페르시아만에서의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금의 상황과 정확히 겹친다. 중동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유가가 흔들리고, 금융시장이 동시에 반응하는 이유다.

예긴이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자원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는 세계 경제를 연결하는 구조이며, 그 흐름이 흔들리는 순간 전체 시스템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 관점에서 중동은 이미 특정 국가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공간'이라고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호주, 중국을 비롯해 유럽 안보의 축인 나토(NATO) 국가들의 호르무즈 해협 참전을 촉구하는 것 역시, 이들 국가들이 이 '공간'에서 첨예한 경제·에너지 안보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형은 전 국립외교원장(현 국회의원)은 저서 '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창비)에서 이러한 구조가 왜 지금, 더 자주, 더 강하게 드러나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냉전 이후 유지되던 질서가 약해진 지금, 갈등을 억제할 장치는 줄어들고 더 쉽게 충돌로 이어진다면서 현재의 국제질서를 "각국이 생존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전쟁의 빈도가 아니라, 전쟁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 자체가 만들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갈등은 우연히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상당기간 준비되고 예견된 조건 속에서 반복된다고 강조한다.


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

이 다섯 권의 책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전쟁은 군사적 선택(하텅 & 프리먼)이면서 동시에 경제적 전략(피시먼)이고, 지리적 조건 위에서 발생(마샬)하며, 에너지 구조를 따라 확장(예긴)되고,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서 반복(김준형)된다.

그래서 이 전쟁을 설명하는 가장 단순한 질문은 '누가 먼저 공격했고, 무엇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는가'에서 '왜 이 같은 충돌과 전쟁이 반복되고, 왜 하필 그곳이 중동인가'로 바뀐다.

책의 저자들은 태생적으로 전쟁과 분쟁을 지속시키는 군산복합산업의 팽창, 각자도생과 패권주의를 공고히 하는 무역 전쟁과 파편화된 국제질서, 국경선과 지리적 통제 강화는 갈등을 반복, 한정된 에너지 자원, 여기에 정치 로비 집단과 안보 이익 집단이 개입하며 이 모든 요소가 맞물릴 때, 전쟁은 선택과 무관하게 결과로서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책들은 하나의 질문으로 다시 모인다. '전쟁으로 이익을 누리는 집단이 누구인가'.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윌리엄 D. 하텅·벤 프리먼 지음 | 부키
■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에드워드 피시먼 지음 | 이성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뉴 맵
대니얼 예긴 지음 | 리더스북
■지리의 힘
팀 마샬 지음 | 사이
■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
김준형 지음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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