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장 둔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기업 지원 방식이 '맞춤형 원스톱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잠재력 있는 기업이 고성장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성장 요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춘 지원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김민호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성공적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 지원체계 재구축 방안'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의 고성장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산업 전반의 성장 활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창업 초기 단계를 지나 본격적으로 확장을 꾀해야 하는 업력 8~19년 기업에서 성장 정체가 두드러졌다. 2009~2011년 평균 14.4% 수준이었던 이들 그룹의 고성장 기업 비중은 2020~2022년에 7.8%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보고서는 고성장 기업이 전체 기업 연간 매출 증가분의 약 50%, 일자리 증가의 38%를 담당하며, 경제 성장과 산업 생산성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고성장 기업 비중이 하락하면서 산업 내 평균 생산성 개선과 자원 배분 효율성이 둔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고성장은 생산성 향상, 연구개발(R&D) 투자, 무형자산 확보, 수출 확대, 인공지능(AI) 활용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에서 기업의 고성장 가능성은 생산성 향상과 혁신 · 지식 기반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에서는 종사자 수 성장률과 함께 1인당 무형자산, 디자인권 및 상표권 보유가 고성장 가능성을 유의하게 높이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제조업과 비교해 고성장과 연관된 요인이 다소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결과는 기업 성장 지원 정책이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에서는 기술개발·공정개선·R&D 및 무형자산 투자 등 혁신역량 강화가 고성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술·지식 축적을 촉진하는 정책수단이 상대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 반면, 서비스업은 브랜드 강화와 고객경험 개선, 디자인 · 마케팅 역량 등 시장확장형 무형자산이 고성장과 연결되는 만큼, 지원정책도 R&D 중심의 단일 수단에 편중되기보다 기업 · 산업 특성에 맞는 지원 패키지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성장 지원 정책은 특정 업력·수단(R&D)에 고정된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별 핵심 성장 병목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지원 수단을 가장 효과적인 조합으로 설계·연계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지원 정책이 R&D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으며, 부처별로 사업이 분산돼 기업이 필요한 지원을 적시에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에 김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별 성장 정체 원인을 먼저 진단하고, 생산성·인력·시장 등 병목 요인에 맞는 기존 지원 사업을 한 번에 묶어 제공하는 '원스톱 맞춤형 지원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원스톱 지원체계는 기업이 한 번의 신청(원서식)을 통해 진단을 받으면 정부는 R&D, 인력, 무형자산, 해외시장, 금융, 데이터·AI 활용 등 기존 정책 수단을 조합해 패키지로 제공하는 구조다. 진단 결과에 따라 기업이 직면한 병목 요인을 해결하면 매출, 수출,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가시적 성장 경로를 제시한다.
그는 또 스케일업 지원사업 성과를 단순한 지원 금액이나 참여 기업 수가 아니라 매출 성장률, 고용 증가, 생산성 향상, 무형자산 확대 등 실질적 성장 지표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기존 사업의 중복·분산을 줄이고, 기업의 탐색·신청 비용을 낮추며 정책 자원을 실제 성장 병목 해소에 재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다양한 기업지원 정책 중에서 스케일업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기업 성장 및 역량 지표를 중심으로 성과지표를 체계화하는 것이, 형식적이고 효과가 낮은 정책을 배제하고 진정한 성장을 촉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