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삼성에 투자를 받고 인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미공개정보 등이 내부자를 통해 가족과 지인, 그리고 그 지인의 사돈까지 전달된 정황이 포착됐다. 내부자와 1차 정보수령자를 넘어 2차·3차 정보수령자까지 달려들어 부당한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은 각자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추산된다. 심지어 주요 정보가 공개되기 전날 시간 외 매수를 하거나 정기예금을 해지해 매매를 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이달부터 레인보우로보틱스 임직원과 삼성전자 직원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내부자 지인의 사돈도 대량 매수…부당이득 대가로 돈도?
검찰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고발장과 관련 자료 등에 따르면, 내부자와 1차 정보수령자 외 2차·3차 정보수령자들은 현재까지 4명으로 파악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이들이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잇따라 지분을 확보하고 최종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요 정보를 미리 취득하고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차·3차 정보수령자들은 내부자에게 미공개정보를 취득한 1차 정보수령자의 주변인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레인보우로보틱스 연구부 팀장급 직원은 본인이 속한 모임의 멤버인 A씨에게 삼성전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관련 정보를 미리 전달했고 A씨는 7천만 원가량 부당이득을 얻은 의혹을 받고 있다. A씨는 1차 정보수령자이자 미공개정보 이용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이다.
그런데 검찰과 금융당국은 A씨가 자신이 전달받은 미공개 정보를 다시 사돈과 친구, 심지어 또다른 친구의 가족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씨로부터 미공개정보를 취득한 이들이 매입한 주식은 7억 원 상당으로 조사됐으며, 부당이득은 약 1억 6천만 원으로 금융당국은 추산했다.
특히 A씨의 사돈은 정보가 공개되기 전날이었던 2023년 1월 2일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3억 원어치를 신용매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주식 시간 외 단일가 거래였다고 한다. 또 A씨는 사돈 측에 정보를 제공해 이익을 낸 대가를 요구해 실제 수백만 원을 받은 것으로 검찰과 금융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대표이사 장모의 스승도 적금 깨서 매수
검찰은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이사가 그의 친형과 장모 C씨에게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정보를 전달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C씨가 지인 D씨에게도 해당 정보를 전달해 선행매매를 하도록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D씨는 적금을 중도해지해 주식 매입 자금을 급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주식을 매입하는 양상도 이전과는 달리 대량으로 주식을 사들였으며, 매입 시점 역시 삼성전자의 인수 소식이 공개되기 직전이었던 점 등을 포착한 검찰과 금융당국은 미공개정보가 D씨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C씨는 사이버 대학교에서 D씨를 강사로 만나 사제지간의 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추산한 D씨 부당이득액은 약 6천만 원이다.
N차 정보수령자 처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공개 정보가 내부자와 1차 정보수령자를 넘어 2차·3차 정보수령자까지 흘러간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 2차 이상 정보 수령자까지 처벌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1차와 2차·3차 정보수령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구분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2차·3차 정보수령자가 형사 처벌 받은 전례는 많지 않다. 2차 이상 정보수령자의 경우 1차 정보수령자와 공모 등이 입증돼야 하는데, 이러한 입증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는 "내부자와 1차 수령자까지만 비교적 명확히 처벌되고, 그 정보를 돈 주고 사거나 되팔며 이익을 챙긴 2차·3차 수령자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에서 과징금이 부과된 전례는 있다.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한미약품 악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2차 이상 정보수령자 14명에게 24억 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한 바 있다.
동국대 경영학과 이준서 교수는 "1차 정보수령자조차도 사실 파악 자체가 쉽지 않다. 2차·3차로 가면 사실관계 증명하기가 더 어렵다"며 "그래서 내부자와 1차 정보수령자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가까운 친인척·지인으로 이어지는 연쇄 거래가 반복되는데도 '직접 들은 사람만 처벌한다'는 잣대에 머무는 한, 내부자 거래의 유인은 전혀 꺾이지 않는다"며 "국회와 금융당국은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의 책임 범위를 현실에 맞게 넓히되, 고의성·이득 규모에 따라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체계를 서둘러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