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600원 가능성도"…중동전쟁, 금융위기 악몽 깨웠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 전망이 현실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주간거래 종가 기준) 3일 째 넘어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3월 초 1460원대, 중동 전쟁 후 1500원대로 수직 상승

원달러 환율이 23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517.3원을 기록했다. 지난 19일 1501.0원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1500원선이 뚫린데 이어 20일에도 환율은 1500.6원으로 계속해서 1500원대를 유지했다. 이날은 1510원대도 돌파하며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이달 초만 해도 환율은 1460원대였다. 그러나 중동 전쟁 발발 직후인 3일 1466.1원이었던 환율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고유가 우려가 겹치며 가파르게 올랐다. 4일엔 야간거래에서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했고, 9일엔 주간거래 종가가 1495.5원까지 치솟았다. 16일엔 주간거래 중 1500원을 넘어섰다. 금융위기 이후 주간거래 기준으론 처음이었다.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환율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했다. 이는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통화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넘게 순매도하며 지난달 16일 이후 5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30조에 달한다.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 1500원이 뉴노멀? 1600원대 비관 전망도 

1500원은 사실상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이나 다름없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17년간 단 한 번도 넘지 않아서다. 당시 환율은 최고 1570원까지 치솟았고, 주가 폭락·기업 부도 등이 이어졌다. 시장이 이 선을 공포선으로 읽는 이유다.

고환율이 무서운 건 실물 경제를 압박해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뛰면 서민 물가에 이중 충격이 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환율이 1%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약 0.04%포인트 상승 압력을 받는다. 환율이 1500원을 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달러 부채를 가진 항공·해운·에너지 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외환 시장에선 당분간 환율 상단이 더 열릴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에너지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이 추가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문제가 장기화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환율은 1600원까지도 열어놔야 한다"면서 "지난 금융위기 때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유가 장기화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달러 강세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의 1500원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 달러-원 환율 밴드는 1480~1530원으로 예상했다. 다만 "당국의 개입 경계감 등으로 1500원대에서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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