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뒷세대는 앞세대의 뒷꼭지를 보고 따라간다

다음 세대: 믿음, 최고의 유산 8

이상학 목사 제공

뼈아픈 얘기를 나누고 싶다. 다음세대에 대한 칼럼을 부탁받고 나는 적잖이 난감했다. 현장 목회를 하는 사람으로서 교회학교와 다음세대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그들에게 넘겨줄 만한 뭘 해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너무나 부끄러운 유산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 세대는 산업화의 땀과 수고로 한국 사회의 경제적 풍요를 유산으로 남겨 주었다. 우리 세대는 민주화라는 선물을 다음세대에 안겨 주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정치적 민주화란, 권위주의적 발상을 가진 정치인이나 집단이 권력의 중심에 서는 순간 언제든 뒤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구조임이, 지난 2년간의 한국 사회 경험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나마 그 외에는 내 세대는 다음세대에 해준 것이 없어 보인다.
 
오늘 우리가 다음세대에 떠넘기고 있는 것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첫째, 다음세대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하는 첫 세대가 되어 버렸다. 둘째, 그들은 극심한 경쟁과 취업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온갖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의 짐을 홀로 지고 있다. 셋째, 더 나아가 다음세대는 우리 부모 세대가 뿌리고 우리 세대가 고착화시켜 버린 기후위기, 곧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무거운 짐을 물려받았다. 이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가장 뼈아픈 것은 한국 기독교의 현실이다. 외적으로는 교인 수의 지속적 감소, 교회학교의 소멸, 사회적 신뢰의 상실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내적으로는 신앙과 삶의 성숙보다 복음 외의 요인들이 누룩처럼 성도들의 영혼을 점령한 나머지, 복음의 생명력이 급속히 쇠약해져 가고 있다. 특히 특정 정치 이념이나 특정 교리에 대한 맹신을 신앙으로 착각하여 성도를 몰아가는 일이, 교회의 생명력과 공신력을 잃어가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에 대한 경각심과 성찰이 부재하거나 미미하다는 사실이다. 교회가 스스로를 자정할 능력이 있는지 사회가 의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옛말에 '자식은 부모의 뒷꼭지를 보고 배운다' 했다. 부모가 하는 말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태도와 몸짓을 보며 자녀는 소리 없이 배운다는 뜻이다. 이를 세대로 확대하면, '뒷세대는 앞세대의 뒷꼭지를 보고 따라간다'고 말할 수 있다. 앞선 세대가 어디로 방향을 잡느냐에 따라, 뒷세대는 소리 없이 감화되어 따라오기도 하고, 전혀 다른 길로 떠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다음세대를 걱정하기 전에 내 세대가 먼저 똑바로 서야 한다. 뒷세대가 진정으로 바로 서기를 원한다면, 내 세대가 먼저 이 흩어진 사회와 교회의 난맥상 앞에서 어그러진 걸음을 멈추고 진실되게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부터 말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이런 세상 이치를 일찍이 알아, 조선시대의 한시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를 늘 암송하며 뒷세대를 섬기려는 앞세대의 바른 길을 제시하였다. 성찰하는 마음으로 함께 읽으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
 
이상학 목사(새문안교회, CBS 자문위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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