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와 단 몇 분 만에 평온하던 일상을 무너뜨리는 무서운 질환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는 CBS 경제연구실 인터뷰를 통해 저서 『뇌가 멈추기 전에』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뇌졸중 발생 시 생사를 가르는 응급 대처법과 치료의 골든아워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잘못된 민간요법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과학적이고 신속한 대응만이 장애를 최소화하고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했다.
얼굴·팔·말투가 이상하다면 '시간'이 없다… 119 호출이 최우선
뇌졸중은 발생 직후의 대처가 생사를 가른다. 이승훈 교수는 환자가 쓰러졌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119 연락이며, 이후 환자의 의식과 호흡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의식과 호흡이 없다면 심장마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해야 하며, 반대로 의식이 있다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환자를 편안하게 눕히고 구급대를 기다려야 한다.
미국에서 통용되는 'FAST(Face, Arm, Speech, Time)' 법칙은 뇌졸중의 핵심 증상을 잘 보여준다. 얼굴 한쪽이 일그러지거나, 한쪽 팔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지체 없이 병원으로 향해야 한다. 특히 증상이 나타났다가 수분 내에 사라지는 '일과성 허혈성 발작'은 뇌졸중이 오기 직전의 마지막 경고 신호이므로,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안심하지 말고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이틀 내에 발생할 수 있는 대형 뇌졸중을 막을 수 있다.
손따기·청심환은 금물… 구급차 기다리는 5분이 생사를 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손발을 따거나 우황청심환을 먹이는 경우가 많으나, 이승훈 교수는 이를 절대 금기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발을 따는 행위는 혈류를 교란할 뿐 아니라 위생 문제로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고, 우황청심환은 보상 작용으로 올라간 혈압을 급격히 떨어뜨려 뇌경색 부위가 더 퍼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 상황에서 환자가 구토를 한다면 흡인성 폐렴을 막기 위해 고개만 살짝 옆으로 돌려주는 것이 최선의 처치다.
병원 이송 시 자차를 이용하는 것은 치료를 지연시키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119 구급차는 신호 위반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구급대원이 이송 중에 이미 뇌졸중 센터와 연락하여 도착 즉시 치료가 시작되도록 시스템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서울 기준 119 신고 후 현장 도착까지 평균 5.4분이면 충분하므로, 숙련된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가장 가까운 치료 가능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생존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길이다.
도어 투 니들(Door-to-Needle) 40분… 한국의 응급 치료 시스템
뇌경색 치료에서 골든아워는 환자의 예후를 바꾸는 결정적인 시간이다.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골든아워는 4.5시간, 직접 카테터를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은 6시간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매우 우수하여 응급실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약물 바늘을 꽂기까지의 시간인 '도어 투 니들 타임(Door-to-Needle Time)'이 평균 40분 내외로 관리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보다도 빠른 수준이다.
혈전 제거술의 기술적 성공률은 약 90%에 달할 정도로 현대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응급 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죽어가던 뇌세포가 다시 살아나며 다음 날 바로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승훈 교수는 전국 어디서나 이러한 응급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으므로, 병원의 시스템을 믿고 최대한 빠르게 도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뇌세포의 마법 '시냅스 재형성'… 발병 후 3개월 재활에 인생 걸어야
죽은 뇌세포는 재생되지 않지만, 뇌는 '가소성'이라는 놀라운 복구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 팀이 퇴사하면 남은 팀원들이 업무를 나누어 맡듯, 파괴된 뇌세포 주변의 건강한 세포들이 새로운 신경망인 시냅스를 재형성하여 잃어버린 기능을 대신하게 된다. 이러한 시냅스 재형성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는 발병 후 첫 3개월이며,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회복 능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재활 치료는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아니라, 뇌에 "이 기능을 다시 연결하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과정이다. 또한 뇌졸중을 한 번 경험한 환자는 일반인보다 재발 확률이 훨씬 높으며, 두 번째 타격은 첫 번째보다 두 배 이상의 치명적인 장애를 남긴다. 이승훈 교수는 재활에 집중하는 3개월 동안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고 약물을 철저히 복용하여 재발을 막는 것이 남은 인생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평상시의 작은 노력이 뇌졸중 없는 노후를 만든다
이승훈 교수는 치료 전문 의사로서 환자들이 병에 걸린 뒤에야 치료법을 찾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뇌가 멈추기 전에』를 집필했다. 이승훈 교수는 "의사들조차 걸리고 싶어 하지 않는 병이 뇌졸중"이라며, 평상시 아주 간단한 노력만 들여도 뇌졸중이 생기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생활 습관 교정과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한 예방 노력이 뇌졸중 없는 건강한 생활을 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미 뇌졸중이 발생했더라도 절망할 필요는 없다. 현대 의학은 환자를 구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갖추고 있으며, 이후의 관리 여하에 따라 남은 인생에서 재발의 공포를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훈 교수는 약물을 철저히 복용하고 위험 요인을 관리한다면 재발이 오더라도 가볍게 지나가거나 아예 막을 수 있다고 말하며, 포기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찾아가려는 의지가 남은 인생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